지난 11월 25일 강원도 홍천군 아미산에서 발생한 육군 훈련병 사망사건의 진상 규명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0기갑여단 53포병대대 소속 김도현 일병(20)이 훈련 중 추락해 사망한 이 사건은 군 당국의 부실한 대응과 책임 회피 의혹으로 인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 당일 오전 8시경, 통신병인 김 일병은 무전병 호출 방송을 듣고 A중사 등 4명과 함께 아미산으로 향했다. 현장 조사 결과, 김 일병은 본인의 장비 25.16kg에 더해 부상당한 운전병의 장비 12kg까지 추가로 운반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김 일병 실종 후 구조 요청까지 26분이 지연됐고, 발견 후 119 신고까지도 26분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오후 2시 29분경 비탈면에서 발견된 김 일병은 4시간여가 지난 오후 6시 29분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유족들은 발견 당시 김 일병이 의식이 있었음에도 신속한 구조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 제기하고 있다. 현장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일병은 "2바퀴쯤 굴러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응급실에 가고 싶다", "물"이라고 말했으며, B 하사가 "물 줄게 ○○야"라고 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오후 4시 51분 김 일병이 이미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5분 후 부모에게 "훈련 중 굴러 다리를 다쳤다"고 거짓 통보한 점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5번 목뼈 골절과 왼쪽 콩팥 파열로 확인됐다.
유족은 "우왕좌왕하며 '이거 잘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하며 잘못하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실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 사건은 군 훈련 안전관리와 사고 대응 체계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군 내부의 소통과 책임 문제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군과 수사기관에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며, 3군단은 "유가족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도현 일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내부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책임 의식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의 책임 소재가 가려질 전망이며, 군 훈련 시 안전 관리 강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