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국내 처음으로 지은 상용 액화수소플랜트가 2년 넘게 멈춰 서 있습니다. 총사업비는 약 1,050억 원. 그런데 창원시 세부사업 예산서를 아무리 넘겨도 이 사업의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액화수소플랜트」도, 「구매확약」도, 사업을 맡은 특수목적법인(SPC)의 이름도 독립된 예산 항목으로는 한 건도 없습니다.

감사엔진이 창원시 세출 자료(2020~2024년, 2만여 개 세부사업)를 전수로 확인한 결과, 이 사업이 예산서에 남긴 흔적은 딱 한 줄이었습니다. 「창원산업진흥원 운영」에 붙은 출연금입니다.

예산서에 없는 1,000억 —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①

한 줄이 튀어 오른 해

창원산업진흥원은 창원시가 세운 산하기관입니다. 시는 해마다 이 기관의 운영비를 출연금으로 지원합니다. 평년 40억 원 안팎이던 이 출연금이 2020년 한 해에만 110억 1,000만 원으로 튀었습니다. 평년의 2.7배, 70억 원이 더 나갔습니다. 감사엔진이 실제 지출 내역을 다시 집계해 보니 그해 지출은 전액이 '출연금' 항목이었습니다. (2022년 자료에는 같은 지출이 두 번 기록된 중복이 있어, 이를 걸러낸 실제 금액으로 계산했습니다.)

이 70억 원의 정체를 설명한 것은 예산서가 아니라 회의록이었습니다. 2025년 3월 12일 창원시의회 본회의에서 홍남표 시장은 이 사업을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 "처음부터 굉장히 불법적으로 SPC를 만들 때부터 보조금으로서는 출자를 할 수 없는 그 돈을 그 당시의 경상남도와 그 당시의 창원시가 불법으로 100억을 조달했고"

같은 날 시 감사 부서 책임자도 "지난 시정에서 사업비를 1차 보조금으로 둔갑시키고 그다음 진흥원으로 하여금 불법 출자한 저희 시비, 도비가 100억이 들어갔고요"라고 말했습니다. 경남도와 창원시가 합쳐 100억 원(이 가운데 시비는 60억 원)이 산하기관을 거쳐 사업의 특수목적법인(SPC)에 출자됐고, 그 통로가 진흥원 운영 출연금이었다는 것입니다. '불법'이라는 규정은 현 시정의 시장과 공무원의 판단으로, 아직 수사와 소송으로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이에 대한 반론은 뒤에 함께 싣습니다.

1,050억은 어디로 갔나

사업의 실제 규모는 출연금 한 줄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총사업비 약 1,050억 원. 이 수치는 여야가 다르지 않게 확인합니다. 홍남표 시장은 같은 발언에서 "총 어쨌든 간에 출자금으로 340 조달한 것도 문제가 많고", "그리고 이 자본금을 가지고 또 금융에서 한 610억, 최근에 또 늘어난 것까지 하면 710억을 조달해서 총 합해서 이 사업을 했는데"라고 밝혔습니다. 340억에 710억을 더하면 1,050억 원입니다.

다만 이 1,050억 원의 내부 구성은 자료마다 다르게 적혀 있습니다. 시장은 '출자금 340억 + 금융 710억'으로 설명하고, 일부 보도는 '자본 170억(진흥원 100억·민간 대기업 70억) + 프로젝트 대출 710억'으로 전합니다. 감사엔진은 이 분해를 어느 한쪽으로 맞추지 않았습니다. 협약서 원문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시장의 발언 수치와 보도 수치가 다르다'는 사실만 남깁니다.

분명한 것은 이 1,000억 원대 규모의 출자·대출 담보·구매확약이 세부사업 예산서의 독립 항목으로는 심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돈이 산하기관을 경유하면 세부사업 예산서에서 사라집니다. 감사엔진은 이런 유형을 '기관 경유 재정'으로 분류합니다.

왜 심의를 통과하지 않았나 — 갈리는 해석

같은 사실을 두고 여야의 해석은 정면으로 갈립니다.

전임 시정에서 이 사업을 추진한 더불어민주당 박해정 의원은 2025년 5월 21일 시정질문에서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창원산업진흥원의 하이창원 출자 역시 행안부 예산 기준에 부합하는 시의회 의결이 필요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출자가 시의회 의결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예산 심의에 오르지 않은 것이며, 이는 불법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그는 "과연 이 사업이 불법이었습니까?"라고 되물으며 "정치적 오해와 왜곡에 갇힌" 사업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박승엽 의원은 2025년 4월 24일 전임 시장에 대한 수사 촉구 건의안을 내며 "법률·제규정 위반으로 창원시 재정에 심각한 리스크를 초래"했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는 "창원시는 2년 전부터 해당 사업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였으나, 2025년 현재까지도 수사 진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창원시의회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이 사업만을 다루는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20여 차례 열었습니다. 행정사무조사는 지방의회가 쓸 수 있는 가장 강한 통제 수단입니다.

의결이 필요 없었다는 쪽과, 절차를 위반했다는 쪽. 어느 해석이 맞는지는 진행 중인 수사와 소송이 답할 문제입니다. 다만 결과가 어느 쪽이든, 1,000억 원대 사업이 예산 심의의 정면을 지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은 양쪽 발언 모두에서 확인됩니다.

순서가 뒤집혀 있었다

예산서에 사업이 없었던 것과 별개로, 사업의 진행 순서 자체도 통상과 달랐습니다.

2025년 1월 6일 행정사무조사특위에서 남재욱 의원은 사업 착수 시점을 짚었습니다. "예산 확보를 2019년도 12월 달에 하고, 사업 추진 착수를 2020년 1월부터"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타당성조사 최종보고는 2020년 12월 22일에 나왔습니다. 착수보다 11개월 늦은 시점입니다.

예산서에 없는 1,000억 —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①

그 타당성조사가 무엇을 지적했는지도 회의록에 그대로 낭독됐습니다. 남재욱 의원이 읽은 보고서 지적사항은 이렇습니다.

> "액화수소 수요, 국내에서 액화수소가 생산된 이력이 없으므로 액화수소에 대한 수요가 실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함"

보고서는 "명확한 액화수소 판로 개척이 필요함"이라고도 했습니다. 팔 곳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라는 경고였습니다. 같은 보고서는 창원시가 20년간 부담할 지원금 규모를 "총 2,43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경고가 담긴 최종보고서는, 이미 착수해 공사가 진행되던 사업 위에 뒤늦게 도착했습니다.

수요가 있는지 검토하라는 조사 결과가 착수 뒤에 나왔고, 사업은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2부에서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