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60년 전 미군에게 있었고, 천 년 전 몽골군에도 있었으나 우리 군에 없는 것

▲ 박준용 경남포스트 선임연구원


지난 23일 중대장의 가혹행위 끝에 12사단에서 훈련병이 사망했다. 여러 언론에서 종합해서 밝힌 이번 사망사건의 전말에 따르면, 훈련병은 무더운 날씨에 완전군장을 하고 과도한 체력 훈련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횡문근융해증과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고 한다. 가해 중대장은 훈련병이 쓰러질 때까지 군 규정을 어기고 훈련병에게 '완전군장' 상태에서 팔굽혀펴기를 시키고, 이른바 '선착순 뺑뺑이'를 시키는 등 과거에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심각한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알려졌다.

더욱이, 속초의료원 응급실에서 '뛰다가 그랬다’고 증거를 축소시킨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이 이후 알려져 이 사건의 심각성을 더했다. 가해 중대장은 사건 후 입건되거나 영창으로 가기는 커녕 불안 증세를 보여 휴가를 떠났으며, 이에 대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군은 '해당 중대장이 불안해 했다.’라는 상식 밖의 답변을 전했다. 이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군의 책임 있는 대응이 결여되었음을 보여준다.

현재 대한민국 국군은 북한으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연일 접경지역 긴장도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의 문제가 외부의 위협보다 더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면, 적군이 우리 군을 어떻게 바라볼지는 불보듯 뻔하다. 부하병사를 죽인 아군을 감싸는 듯한 태도는 결코 적군에게 두려움을 줄 수 없다.

따라서, 가해 중대장에 대한 엄벌은 필수적이다. 군은 반드시 부하가 죽게끔 가혹행위한 이 사건에 대한 기강을 바로잡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군의 기강은 '군기'로 대표되는 얼차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 군 지휘관의 가장 첫 임무가 전투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켜본다면, 훈련병들이 안전하게 훈련받는 기강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결국 대한민국의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천 년 전 예시기 때문에 부적절할 수는 있으나, 징키스칸은 병사들에게 전리품 분배에 있어서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였고, 병사들의 복지와 인권을 중시하는 군법을 시행하였다. 징키스칸의 이러한 정책이야말로 당대 몽골군의 가장 큰 승리요인이었다는 것은 이미 역사가 밝힌 사실이다.

세계 최강 군대 미군은 어떠한가. 뒤늦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군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적극 규명하며, 병사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유니폼 코드 오브 밀리터리 저스티스’(UCMJ)를 시행하였다. 이는 군인들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부당한 처우에 대한 보호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미군은 병사들의 정신 건강을 중시하고, PTSD와 같은 전투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치료와 지원을 강화하였다. 그런데 현대 한국군에 당시 몽골 사회상에 버금가는 평등한 군법이 있었는지, 12사단에서 함께 가혹행위를 당한 훈련병들에게 베트남 전쟁 직후, 60년 전 미군 수준의 심리지원이라도 있는지 되묻고 싶다.

[경남포스트]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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