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서 봤듯 스스로 버는 비율(재정자립도)은 창원 30.6%, 거창 7.9%로 넉 배 차이입니다. 그런데 정작 두 곳이 '실제로 굴릴 수 있는 돈'의 비율은 창원 54.9%, 거창 51.9%로 거의 같습니다. 4배 격차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지방교부세가 메웠습니다.

'나라가 형평 맞춰 채워주는 돈'
지방교부세는 나라가 지자체 사이의 형편 차이를 메우려고 나눠주는 돈입니다. 세금이 잘 걷히는 곳엔 적게, 걷힐 데가 없는 곳엔 많이 — 자체수입이 얇을수록 더 많이 받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용도를 정해 내려보내는 국고보조금과 달리, 교부세는 지자체가 알아서 쓸 수 있는 '자기 돈에 가까운' 재원입니다.
그래서 재정을 볼 때 자립도(스스로 버는 비율)와 함께 재정자주도를 봅니다. 자주도는 자체수입에 교부세·조정교부금까지 더한, '스스로 판단해 굴릴 수 있는 돈'의 비율입니다.
세입을 뜯어보면
위 그림은 경남 18개 시군의 2024년 세입 구성을 자립도 순으로 쌓은 것입니다. 맨 위 창원부터 맨 아래 거창까지 내려갈수록 파란색(자체수입)은 얇아지고 초록색(지방교부세)은 눈에 띄게 두꺼워집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창원은 세입에서 교부세가 16.3%지만, 거창은 39.6%, 의령은 39.0%로 교부세가 세입의 가장 큰 항목입니다. 의령은 스스로 버는 지방세가 4.7%뿐인데, 교부세로 그 몇 배를 채웁니다. 자체수입과 교부세는 정확히 반대로 움직입니다(상관계수 −0.90).
그래서 '실제 굴릴 돈'은 비슷해집니다
교부세가 자체수입의 격차를 메우면, 결과적으로 시군이 실제 굴릴 수 있는 돈의 비율(자주도)은 엇비슷해집니다. 경남 시군 대부분이 48~56% 사이에 몰려 있습니다. 스스로 버는 힘은 4배 차이인데, 실제 판단해 쓸 수 있는 돈의 비율은 거의 같아지는 것입니다.

그 메우기가 5년간 더 세졌습니다
더 눈여겨볼 것은 시간입니다. 위 그래프의 두 선은 '시군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나타냅니다. 스스로 버는 비율의 격차(파란선)는 5년간 높은 채로 거의 그대로인데, 실제 굴릴 돈의 격차(초록선)는 계속 줄었습니다. 두 격차의 배율은 2020년 5.7배에서 2024년 10.2배로 벌어졌습니다. 스스로 버는 힘의 차이는 그대로인데, 그 차이를 교부세가 갈수록 더 많이 메우고 있다는 뜻입니다.
보조금은 빈부를 안 가리고, 빚은 거의 없습니다
받는 돈이 교부세만은 아닙니다. 국고보조금은 형편과 무관하게 어디나 세입의 3분의 1 안팎을 차지합니다 — 통영 44%, 사천 42%, 창원도 39%. 복지처럼 나라가 절반을 매칭해 내려보내는 사업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경남 시군은 빚(지방채)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세입의 0~0.2% 수준입니다. 그러니 경남 시군 살림의 핵심은 '빚'이 아니라 '의존'입니다. 스스로 벌지 못하는 만큼을 빚이 아니라 나라 돈으로 채우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걸 정했나
스스로 버는 힘의 격차, 그리고 그것을 메우는 의존의 크기 — 이 둘을 결국 무엇이 정했을까요. 다음 편에서 봅니다. 답은 인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