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18개 시군이 한 해 살림에서 '스스로 버는 돈'의 비율은 창원이 30.6%, 거창이 7.9%입니다. 넉 배 차이입니다. 그런데 정작 더 눈여겨볼 것은, 가장 형편이 나은 창원조차 3분의 1을 넘기지 못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 비율이 잘 사는 도시부터 5년째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남 18개 시군 재정자립도(2024) — 시(파랑) 평균 20%, 군(주황) 평균 10%. 경남포스트 제공
경남 18개 시군 재정자립도(2024) — 시(파랑) 평균 20%, 군(주황) 평균 10%. 경남포스트 제공

'스스로 버는 돈'이라는 잣대

먼저 말부터 풀어 봅니다. 재정자립도는 시군이 한 해 쓰는 돈(세입) 가운데 스스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입니다. 스스로 버는 돈이란 지방세(주민·기업이 내는 재산세·지방소득세 등)와 세외수입(수수료·사용료 등)입니다. 나머지는 나라가 주는 지방교부세·국고보조금, 도가 주는 조정교부금으로 채웁니다.

가계에 빗대면 이렇습니다. 한 달 생활비 100만 원 중 내 월급으로 30만 원을 대고 나머지 70만 원을 부모·형제가 보태 준다면, '자립도'는 30%입니다. 창원이 딱 그 처지입니다. 창원의 2024년 세입 구성을 보면 스스로 버는 돈(지방세 23%+세외수입 12%)이 약 35%, 나머지 65%가량은 보조금(39%)과 교부세(16%) 같은 '받는 돈'입니다.

도시와 시골, 두 배의 격차

2024년 경남의 지도를 펼치면 도농이 뚜렷이 갈립니다. 시 8곳의 평균 자립도는 20.1%, 군 10곳은 10.0%로 정확히 두 배 차이가 납니다. 가장 높은 창원(30.6%)·김해(28.0%)·양산(25.1%)은 모두 인구가 많은 도시입니다. 가장 낮은 거창(7.9%)·의령(8.0%)·합천(8.1%)은 인구가 적은 군입니다.

다만 도농 구분이 전부는 아닙니다. 함안군(14.6%)은 밀양·통영 같은 일부 시보다 높습니다. 산업단지를 끼고 세원이 있는 곳은 군이라도 사정이 낫습니다. 그럼에도 경남에서 스스로 버는 돈이 세입의 3분의 1을 넘는 시군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경남 평균은 14.5%입니다.

액수로 보면 격차는 더 큽니다

자립도는 어디까지나 '비율'입니다. 실제 살림의 크기를 액수로 보면 격차는 훨씬 벌어집니다. 2024년 세입 규모는 창원이 3조 7,074억 원, 의령이 5,042억 원으로 7.4배 차이입니다.

인구가 다르니 규모가 다른 건 당연합니다. 문제는 규모가 작을수록 자립도까지 낮아지는 '이중고'입니다. 작은 군은 세원이 될 큰 기업도, 값나가는 부동산도 적어 스스로 버는 돈 자체가 얇습니다. 의령의 세입에서 지방세는 4.7%, 세외수입은 3.7%—합쳐 8%뿐입니다. 나머지 92%를 바깥에서 받아 채웁니다.

5년간, 모두가 조금씩 내려왔습니다

지난 5년(2020~2024) 이 그림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언뜻 격차는 좁혀졌습니다. 최고와 최저의 배율은 4.5배에서 3.9배로, 불균형을 재는 지니계수도 0.28에서 0.25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좁혀진 이유가 반갑지 않습니다. 못 사는 곳이 올라온 게 아니라 잘 살던 도시가 내려왔습니다. 창원은 34.8%에서 30.6%로 4.2%p, 양산은 4.8%p, 김해는 3.8%p 떨어졌습니다. 반대로 하동·창녕은 오히려 소폭 올랐습니다.

2020년 자립도가 높던 시일수록 5년간 더 크게 하락(상관 −0.91) — 하향 수렴. 경남포스트 제공
2020년 자립도가 높던 시일수록 5년간 더 크게 하락(상관 −0.91) — 하향 수렴. 경남포스트 제공

두 해의 자립도를 나란히 놓으면 뚜렷합니다. 2020년에 높았던 곳일수록 이후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통계로도 강한 관계입니다(상관계수 −0.91). 격차가 준 것은 바닥이 나아져서가 아니라 위가 주저앉아서 — '하향 수렴'입니다. 불균형이 해소된 게 아니라, 다 함께 취약해진 것입니다.

왜 다 같이 내려갈까

스스로 버는 돈(자체수입)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입 전체가 더 빨리 늘었습니다. 나라가 주는 보조금과 교부세가 커지면서, 나누는 값(분모)이 커진 만큼 '스스로 버는 비율'은 낮아진 겁니다. 실제로 5년간 경남 시군 평균에서 보조금이 세입에 차지하는 비중은 33.2%에서 35.9%로 늘었습니다. 지방세는 경기와 인구에 묶여 좀처럼 늘지 않는데, 복지처럼 나라가 매칭해 내려보내는 돈은 해마다 커집니다.

스스로 버는 힘은 제자리인데, 나라 돈이 살림을 점점 더 채웁니다. 그렇다면 세입의 절반을 넘는 그 '받는 돈'은 무엇이, 어떻게 채우고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