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는 지난달 24일 스위스 글랑에서 개최된 제64차 람사르협약 상임위원회서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이 확정됐다고 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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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김해시는 오는 7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열리는 제15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람사르 습지도시 공식 인증서를 수여 받는다.
환경부는 앞서 2023년 3월 전국 3개 지자체의 람사르 습지도시 후보지 신청을 받아 서면 심의, 현장 확인, 발표 평가 등을 거쳐 김해 화포천습지와 문경 돌리네습지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 람사르협약 사무국에 인증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번 제64차 람사르협약 상임위원회에서 김해시와 문경시를 포함한 16개국 31개 지역을 신규 람사르 습지도시로 확정했다. 이로써 전 세계 람사르 습지도시는 기존 43개소에서 74개소로 확대됐다.
람사르 습지도시는 람사르습지 인근에 위치한 도시, 마을 중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지역을 의미하며 람사르협약에서 공식 인증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2011년 우리나라와 튀니지가 공동 발의해 2015년 제12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정식 채택됐다.
국내는 ▲창녕군 우포늪 ▲인제군 용늪 ▲제주시 동백 동산습지 ▲순천시 순천만 ▲서귀포시 물영아리오름 ▲고창군 운곡습지·고창갯벌 ▲서천군 서천갯벌 총 7곳이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받았으며 이번 신규 인증 확정으로 총 9개 지역이 람사르 습지도시로 등록된다.
화포천습지는 국내 최대 하천형 배후습지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24종을 포함한 800여 종의 다양한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러한 높은 가치를 인정해 2017년 11월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과거 화포천습지는 상류 공단의 영향으로 심각한 수질 오염과 환경 파괴가 진행됐으나 2008년부터 시작된 환경 복원 사업으로 생태계를 되살리고 친환경적인 위상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화포천습지 세계적 생태 명소 도약”
김해시는 화포천습지를 국제적으로 인증받기 위해 지난 2021년 9월 환경부에 람사르습지 등록을 신청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화포천 국가하천기본계획이 완료되는 대로 람사르사무국에 등록을 신청할 계획이다. 김해시는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과 람사르습지 등록을 통해 화포천습지를 세계적인 생태 명소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이번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은 국제적 위상 강화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람사르 로고를 6년간 사용할 수 있어 지역 생산 상품과 친환경 농산물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전망이다. 또 습지 관련 국비를 우선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 지속 가능한 생태 보전 정책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해시는 오는 7월 제15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짐바브웨 개최)에서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서를 받는 것을 발판으로 화포천습지를 국제적 습지로 도약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할 방침이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과 람사르습지 등록을 통해 화포천습지를 세계적인 자연 유산으로 발전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해 화포천습지의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은 2008년 시작된 복원 사업의 결실로, 17년간의 생태계 관리 노력이 국제적 인정으로 이어진 사례다. 인증 확정 직후 시당국은 습지보전관리센터 건립을 본격화했으며, 오는 9월 개관 예정인 이 센터에서는 생태연구와 관광해설 프로그램을 병행할 계획이다. 특히 AI 기반 생물종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실시간 데이터 수집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화포천 인근 주민들은 이번 인증을 계기로 지역 특산품에 람사르 로고를 부착해 프리미엄을 적용한 판매 전략을 수립 중이다. 한림면 딸기농가 연합회는 기존 1kg 1만5천 원 상품에 로고를 삽입해 30%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으며, 습지 인근 카페 5곳에서 '람사르 블렌드 커피'를 한정 출시할 예정이다. 시당국은 2026년까지 생태관광객 5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자전거 탐방로 12km 확장과 수상카약 체험장 조성에 45억 원을 투입한다.
국제적 관점에서 이번 인증은 한국 습지 관리 모델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람사르사무국은 화포천의 공단 오염 복원 사례를 2025년 10월 발간 예정인 '도시습지 백서'에 수록할 방침이며, 베트남·몽골 등 7개국 관계자들이 현장 연수를 신청한 상태다. 학계에서는 화포천 모델이 개발도상국의 산업화-환경 갈등 해결에 참고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인증 이후 증가할 관광객 수용에 대비한 생태보호 구역 설정을 촉구하고 있다. 화포천습지 내 탐방로 30% 구간에 출입 시간제를 도입하고, 드론 촬영 금지구역을 지정하는 등 보존과 활용의 균형을 모색할 필요가 제기된다. 시당국은 3월 중 '화포천 지속가능위원회'를 발족해 지역주민·전문가·단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