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5,113억 원짜리 관광단지에, 20년 동안 실제로 들어온 돈은 314억 원입니다. 전체의 6%입니다. 나머지 4,780억 원은 민간이 투자하기로 했지만, 아직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 사업은 '늦어진' 것이 아니라, 애초에 민간 돈에 기대어 설계됐고 그 돈이 오지 않아 멈춰 선 것입니다.

설계된 구조 — 공공이 깔면, 민간이 짓는다
구산해양관광단지는 마산합포구 구산면 저도 일대 86만 평에 골프장과 숙박·휴양시설을 세우는 사업입니다. 총사업비 5,113억 원 가운데 창원시 등 공공이 대는 돈은 333억 원, 나머지 4,780억 원은 민간 투자입니다. 사업비의 90% 이상이 민간 몫인, 전형적인 민관 합동개발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공공의 역할은 정해져 있습니다. 땅을 사들이고 기반시설을 깔아 판을 만드는 것. 그러면 민간이 그 위에 수익시설을 지어 회수합니다. 문제는, 공공이 판을 다 깔아도 민간이 들어오지 않으면 남는 게 없다는 데 있습니다. 구산에서 벌어진 일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그래서 돈은 '땅'으로만 흘렀다
창원시 지출 자료를 5년 치(2020~2024) 보면, 이 사업에 나간 돈은 뚜렷하게 한쪽으로 쏠려 있습니다. 토지 보상에 약 260억 원, 실제 조성(개발)에 약 54억 원. 공공이 낸 314억 원의 대부분이 '땅값'이었고, 정작 무언가를 짓는 데는 거의 쓰이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공공은 판을 까는 순서대로 먼저 땅을 사야 했고, 민간이 지을 수익시설은 착공 자체를 못 했으니 조성비가 나갈 일이 없었던 겁니다. 실제로 나라장터에 오른 이 사업의 공사 계약은 저도로 들어가는 도로 개설(약 45억 원)이 거의 전부입니다. 관광단지의 본체를 짓는 계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발주할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돈줄도 말라갔습니다. 조성 예산에 들어오던 국비는 2020년 6억 원에서 2022년부터 0원이 됐고, 나중에는 도비마저 끊겼습니다. 국가와 광역이 빠진 자리를 창원시가 시비로 홀로 메우는 모양이 됐습니다.
민간은 왜 오지 않았나
핵심은 민간 사업자의 개발계획이 오래도록 확정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2017년 민간 사업자와 협약을 맺으며 착공 뒤 5년 안에 완공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 계획은 확정되지 못한 채 표류했습니다.
2018년 시의회 감사에서 해양사업과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지금 개발계획이 아직 확정이 안 됐습니다. 또 그 안에 공공사업 부분하고 민간사업 부분이 현재 측량 중에 있고, 이것이 이달 정도에 확정될 예정입니다." 2009년에 시작해 2015년 조성계획까지 승인받은 사업이, 2018년에도 여전히 '개발계획 미확정'이었습니다.
목표연도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22년 감사에서 박해정 의원이 "목표연도가 2022년이라는 말은 무슨 말이냐"고 묻자, 해양사업과장은 "2017년도에 삼정과 협약을 하면서 이렇게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현재까지 행정절차가 완료가 되지 않아서 (…) 사업기간을 조금 변동해야 할 그런 시점"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업기간은 2028년까지로 다시 늘어났습니다.
땅값의 마지막 10%
토지 보상은 그사이 대부분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2021년 구점득 의원은 그 상황을 짚었습니다. "1,300억에 토지 보상비 중에 1,100억을 쓰고 있는, 한 200억 정도만 있으면 된다는데, 지금 토지가 10% 지주하고 협상을 못 하고 있다." 땅값은 거의 다 치렀는데 마지막 10%에서 막혀 있고, 정작 그 땅 위에 지을 사업은 시작도 못 한 상태였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창원시는 민간 4,780억 원을 믿고 공공 몫부터 먼저 치렀습니다. 땅을 사고, 도로를 내고, 20년을 기다렸지만 민간은 오지 않았습니다. 남은 것은 사들인 땅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사업에 걸린 다른 문제들 — 보호종과 주민, 겹쳐 있던 다른 사업들을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