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 700원으로 정해졌다. 올해보다 380원, 3.7% 오른 액수다. 월 209시간으로 환산하면 223만 6,300원.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 14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가 낸 1만 700원과 노동계가 낸 1만 730원을 표결에 부친 결과였다. 두 안의 차이는 단돈 30원. 그 30원을 좁히지 못해 스물일곱 명이 표를 던졌고, 15 대 11(무효 1)로 경영계 안이 채택됐다.
![[경제 진단] 1만 700원, 아무도 웃지 못한 30원의 표결](https://storage.googleapis.com/pressdata-media/gyeongnampost/1784118416754-uxmnk6.jpg)
숫자보다 눈에 밟히는 것은 그 결정을 받아든 양쪽의 표정이다. 노동계는 '물가와 생계비를 생각하면 사실상 동결'이라며 유감을 냈고, 경영계는 '지불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으니 동결됐어야 한다'고 했다.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중재선(1만 720원)마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아무도 웃지 못한 숫자다. 인상률이 3년째 낮은 수준에 머무는 사이, 이 제도는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대립을 되풀이하고 있다.
필요한 것은 매년 벼랑 끝 협상으로 몰아가는 결정 구조 자체를 손보는 일이고, 동시에 인상의 충격을 영세 사업장이 홀로 떠안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다.
이 결정이 가장 무겁게 내려앉는 곳은 서로 마주 선 두 약자다. 시급 몇백 원에 하루 살림이 갈리는 저임금 노동자와, 종업원 한두 명으로 버티는 영세 자영업자. 우리나라는 자영업 비중이 유독 높은 나라이고, 그중 상당수가 최저임금 언저리에서 사람을 쓴다. 한쪽에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실질임금이, 다른 한쪽에는 임대료와 원가에 짓눌린 가게가 있다. 최저임금을 '노동 대 자본'의 구도로만 그리면, 정작 바닥에서는 약자와 약자가 서로 등을 떠밀게 된다.
게다가 최저임금은 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휴수당과 실업급여 하한액이 여기에 연동되고, 출산전후휴가급여부터 산업재해 보상, 예방접종 피해 보상금까지 스물일곱 개 법령이 이 숫자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최저임금은 한 사람의 시급이기 이전에, 사회안전망의 바닥 높이를 정하는 눈금인 셈이다. 그래서 이 30원의 표결은 저임금 노동자만이 아니라 일자리를 잃은 이와 다친 이의 몫까지 함께 정한 결정이었다.
되풀이되는 숫자 싸움만으로는 이 피로를 끝낼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매년 벼랑 끝 협상으로 몰아가는 결정 구조 자체를 손보는 일이고, 동시에 인상의 충격을 영세 사업장이 홀로 떠안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다. 소상공인의 지불 여력과 노동자의 생계, 그 둘을 함께 끌어올릴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내년에도 우리는 또 30원 앞에서 멈춰 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