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신규원전 3기 건설부지가 경북 영덕과 부산 기장으로 확정되자 경남도는 환호했다. 도내 원전기업이 주기기 제작과 기자재 공급으로 5조 원 이상을 수주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글로벌 SMR 제조 클러스터」 육성 의지를 다졌다. 두산에너빌리티와 180여 개 협력사가 집적된 국내 최대 원전산업 기지라는 자부심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5조 원이라는 숫자가 주는 화려함 뒤에, 정작 중요한 질문들은 묻혀버렸다.

경남도가 강조하는 경제효과는 대부분 추정치에 불과하다. 신한울 3·4호기 사례를 근거로 3조 원 이상의 주기기 제작 물량을 예상하고, 보조기기와 관련 기자재까지 합쳐 5조 원을 산출했지만, 이 중 얼마가 경남의 중소 협력사로 흘러들지, 지역 고용이 얼마나 창출될지에 대한 구체적 분석은 찾을 수 없다. 340개 원전기업 전체로 확산된다는 표현 역시 모호하다. 대기업 중심의 수주 독식 구조에서 실질적 낙수효과가 지역 경제 전반에 미칠지는 의문을 남긴다. 원전 건설이 일시적 고용 증가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건설 완료 후 지역경제가 다시 정체 국면에 빠질 우려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경남도가 원전 건설의 직접 수혜지도 아니라는 점이다. 원전이 들어서는 곳은 영덕과 기장이며, 방사능 오염과 재난·재해 리스크를 떠안는 것도 이들 지역이다. 하지만 영덕·기장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과 주요 산업단지로 보내는 초고압 송전망은 경남 지역을 관통할 가능성이 크다. 765kV 송전선로 건설은 환경 훼손과 전자파 우려, 재산권 침해 문제로 지역 주민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던 전력이 있다. 경남도는 원전 산업의 '과실'만 취하려 하지만, 송전망 갈등이라는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영덕군은 2026년 2월 군민 14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여론조사를 실시해 주민 수용성을 확인했고, 기장 역시 유사한 절차를 거쳤다. 반면 경남도는 원전 기자재 공급만으로 경제효과를 누리면서도, 정작 도내 원전 영향권 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송전망 노선 검토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더구나 원전 건설에 따른 장기적 환경·안전 대비책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수원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환경성과 주민 수용성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지만, 구체적인 환경영향평가 일정이나 방사능 오염 대비책, 재난 대응 매뉴얼이 공개된 바 없다. 송전망 건설 계획과 노선, 환경영향평가 일정 역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가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와 공론화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경남도는 이를 외면한 채 경제효과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경제 성장만으로 담보되지 않는다.

과연 5조 원의 경제효과가 원전 산업의 모든 리스크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경남도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협력사들의 수주 확대를 지원하기 전에, 먼저 원전 산업 참여가 지역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도민과의 충분한 소통을 거쳐야 한다. 경제효과 수치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수혜 비율, 고용 창출 규모, 송전망 노선과 환경영향, 안전 대비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원전 건설 부지는 아니더라도, 산업 생태계의 중심축인 경남이야말로 원전 정책의 민주적 정당성을 먼저 확보해야 할 책임이 있다. 경제 논리에만 기댄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은, 결국 지역사회의 신뢰를 잃고 갈등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