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72년간 유지된 검사 수사권 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역사적 변화다. 59일 뒤인 10월 2일이면 검찰청은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그러나 형사사법 체계의 근본을 뒤흔드는 개혁치고는 준비 기간이 턱없이 짧다.
![[권력 감시]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59일 앞둔 형사사법 공백](https://storage.googleapis.com/pressdata-media/gyeongnampost/1785814145999-hlsgoh.jpg)
가장 큰 우려는 수사 공백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3개월 통계를 보면,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송부된 사건은 22만7,241건으로 전년 동기(29만874건) 대비 78.1%에 그쳤다. 사건이 줄어든 게 아니라 수사 단계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의미다. 검찰 내부망에는 지난해 9월부터 「검수완박 이후 대부분 사건이 장기 표류 중」이라는 지적이 올라왔다. 경찰과 검찰이 송치·보완수사요구·이의신청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건 처리 단계는 15단계 이상으로 늘어났다. 보완수사요구는 횟수 제한조차 없다.
개혁의 방향이 옳다 해도 부작용을 예측하고 최소화하는 게 책임 있는 입법이다.
특히 특별사법경찰 문제는 심각하다. 노동·조세·관세·식품·보건·환경 등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분야에서 특사경이 처리하는 사건이 연간 7만~8만 건에 달한다. 그러나 특사경은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행정공무원이 수사를 맡는 경우가 많아, 그간 검사의 지휘로 위법 수사를 막아왔다. 지휘권이 폐지되면 기본권 침해나 절차 위반 사례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2023년 한 해 보완수사요구 처분 인원이 14만9천여 명에 달했다는 사실은 경찰 수사의 보완 필요성을 입증한다.
해외 주요국을 봐도 한국식 전면 분리는 찾기 어렵다. OECD 회원 35개국 중 27개국이 헌법이나 법률에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지만 실제 수사는 경찰이 주로 맡으며 검찰은 「손이 없는 머리」로 불린다. 일본은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 특수부를 도쿄·오사카·나고야 3곳에만 뒀다. 수사 대부분은 경찰이 맡되 검찰이 제한적으로 견제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한국처럼 수사와 기소를 완벽히 분리하는 나라는 미국·영국 정도인데, 이들은 배심제와 증거개시 제도 등 사법 인프라가 탄탄하다.
행정안전부는 국가경찰위원회 산하에 민간 출신 조사관으로 구성된 독립 조사 기구를 설치해 경찰 수사를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제화 절차조차 시작되지 않아 개설 일정은 불확실하다. 시행 59일을 남긴 시점에 감시 기구는 아직 설계도 단계다. 제도 변화는 급진적인데 안전장치는 뒷걸음질 치는 형국이다.
형사사법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속도다. 10월 이후 현장에서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 국민의 기본권은 누가 지킬지, 이 물음에 답할 시뮬레이션조차 없다. 독일은 1975년 수사권 개혁 때 3년간 시범운영을 거쳤고, 일본은 2020년 검찰개혁법 시행 전 2년간 준비 기간을 뒀다. 개혁의 방향이 옳다 해도 부작용을 예측하고 최소화하는 게 책임 있는 입법이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늦어도 9월 중 특사경 감독 방안과 수사 공백 최소화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 구호만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