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넘게 급증하며 한국 경제를 견인했다. 지난 6월 1~20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41.2%에 달했고, 정부는 7월 중순 경제성장률 전망을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호황이 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수치 뒤에는 위험 신호가 점멸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주요 제조국 중 수출 품목·시장 집중도가 가장 높고 2010년 이후 집중도 상승 폭도 가장 크다.
![[경제 분석] 반도체 편중 수출, 호황 뒤 구조 취약성은 누가 감당하나](https://storage.googleapis.com/pressdata-media/gyeongnampost/1785716858434-48uyr6.jpg)
구체적 수치는 더욱 충격적이다. 2025년 기준 상위 10대 수출 품목이 전체 수출의 60.9%를 차지했고, 상위 10대 시장 비중은 70.8%에 달했다. 한국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상위 10대 품목 비중이 50%를 넘었다. 수출품목 집중도는 520으로 일본(389), 영국(344)을 크게 웃돌았고, 수출시장 집중도 역시 918로 일본(892), 네덜란드(841), 미국(717)보다 높았다. 특히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극단적 쏠림 현상이 고착화됐다.
「반도체가 잘나가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다음 사이클 반전기에 우리 경제는 또다시 급제동의 충격을 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반도체 사이클 변동에 대한 경제 전체의 취약성이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에너지 수입 의존도, GDP 대비 제조업 비중,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수출 집중도가 모두 높은 「삼중 취약 구조」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올해 5월 보고서를 통해 2026년 1~4월 반도체 비중이 35.9%로 전년 대비 11.7%포인트 확대되며 편중 성장 구조가 심화했다고 경고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반도체 수출이 변동성 높은 메모리반도체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다. KDI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반도체 중 메모리 비중이 글로벌 시장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아, 반도체 경기 하락 시 수출 감소폭이 9.5%포인트나 추가 확대된다.
정부와 재계가 10여 년간 외쳐온 「수출 다변화」는 어디로 갔는가. 한국무역협회가 올해 분석한 9만2385개 수출 기업 데이터를 보면, 기업 차원에서는 평균 수출품목 수가 증가했지만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이 여전히 단일국·단일품목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 시장이 1개국 늘면 수출 중단 위험이 5.4% 감소하고, 품목이 1개 늘면 중단 위험이 1.2% 감소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그럼에도 정책은 대기업 중심 수출 지원에 머물렀고, 중소·중견기업의 시장·품목 확대를 위한 실질적 인프라 구축은 지지부진했다.
반도체 호황에 취해 구조 개선을 미룬다면 사이클 반전 시 그 충격은 고스란히 국민 경제로 전이될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의 40%, 주요 대기업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반도체 정점 이후의 충격은 산업 전반과 거시경제로 빠르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연내 신산업 육성과 통상 다변화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중소·중견기업의 다국가·다품목 수출을 위한 금융·물류·마케팅 지원 패키지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특정 품목·시장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 전환 목표와 실행 시한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반도체 호황이 경제를 떠받치는 지금이야말로 구조 취약성을 바로잡을 기회다. 「반도체가 잘나가면 된다」는 안이한 인식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다음 사이클 반전기에 우리 경제는 또다시 급제동의 충격을 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이 지난달 밝힌 것처럼 「견고한 경제 지표는 기회 요인」이지만, 그 기회를 구조 개선이 아닌 현상 유지에 낭비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책 실패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