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어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성과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정부 출범 2년 차, 조직 내 소통 강화를 직접 주문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처 간 협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다.
![[정책 진단] 부처 칸막이, 국정 효율 가로막는 고질병](https://storage.googleapis.com/pressdata-media/gyeongnampost/1784705237016-iy50iq.jpg)
부처 칸막이는 정권이 바뀌어도 되풀이되는 한국 행정의 고질병이다. 특히 AI 대전환, 저출산 고령화처럼 범정부적 자원 동원이 필수인 융복합 과제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 5월 28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주재한 첫 「데이터 관계장관회의」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와 행정안전부의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가 따로 운영되면서 정책이 분절적으로 추진돼 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AI 시대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두고도 부처들은 제 영역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실 산하에 융복합 과제별 실행 조직을 두고, 관련 부처 국장급 인력을 파견받아 예산 집행권까지 부여해야 한다.
AI 정책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7월 국가인공지능위원회 권한을 강화하면서도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과 경쟁 심화 가능성」 우려가 제기됐다.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세웠음에도 영역 다툼이 예견된 것이다. 대통령실에 AI정책수석을 신설하고 범국가 전략기구를 만들었지만, 일선 부처들은 여전히 자기 소관만 챙기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 기획예산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 R&D 예산 편성 과정에서 「상설 협의체」를 신설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두 부처가 그동안 소통 없이 따로 놀았다는 반증이다. 더 심각한 것은 6월 구윤철 부총리가 재정경제부 간부들에게 「혁신과 구조개혁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라」고 당부한 대목이다. 기획예산처와 재경부가 올해 초부터 중장기 국가 비전 수립을 두고 「투트랙 논란」을 빚었다는 건 두 부처가 협력이 아니라 경쟁 관계임을 말해준다. 거시경제 사령탑들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데 일관된 경제정책을 기대할 수 있는가.
문제는 협의체와 위원회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부처의 인사·예산 권한이 분산된 한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저출산 대응을 위해 2023년부터 「인구정책기획단」을 구성해 25회 회의를 열었고, 2024년엔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까지 검토했지만 출생률은 여전히 바닥이다. 회의는 많은데 책임 소재는 불명확하고, 예산은 쪼개져 있어 정책 효과는 미미하다. 이런 식으로는 범부처 TF를 백 개 만들어도 공전할 뿐이다.
부처 칸막이를 허물려면 협의체 신설이 아니라 인사·예산 권한의 실질적 통합이 필요하다.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실 산하에 융복합 과제별 실행 조직을 두고, 관련 부처 국장급 인력을 파견받아 예산 집행권까지 부여해야 한다. 부처 간 협력 실적을 장관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칸막이를 고집하는 부처에는 예산 감액 등 불이익을 주는 인센티브 체계도 병행해야 한다. 대통령의 구두 주문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수십 년간 지켜봐 왔다. 이번에도 말뿐인 협력 구호로 끝난다면, 융복합 시대 한국 행정의 경쟁력은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