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BTS 공연에는 이틀간 11만여 명이 몰렸다. 관람객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었고, 공연장 인근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배 넘게 뛰었다. 올해 3월 서울 광화문 공연 때 외국인 팬들은 평균 8.7일 체류하며 353만 원을 썼다. 일반 외래객(6.1일, 245만 원)과는 차원이 다른 소비력이다. 한류가 만든 'BTS 이코노믹스'는 이제 지역 경제를 바꾸는 변수로 자리 잡았다.

[이주의 시선] 한류 특수, 경남은 왜 구경만 하나

하지만 이 특수를 누리는 곳은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 한정된다. 경남도는 작년 역대 최대인 1억6600만 명의 관광객을 기록했고, 올해는 1억7000만 명을 목표로 잡았다. 숫자만 보면 국내 상위권 관광지다. 그런데 BTS급 한류 공연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창원컨벤션센터가 있지만 최대 수용 인원은 7700명. 서울·부산에서 벌어지는 수만 명 규모 공연을 유치할 규모가 아니다. 결국 경남은 한류 특수의 직접 수혜에서 배제된 채, 일반 관광객 유치에만 매달리는 형국이다.

콘텐츠만 있고 무대가 없으면 구경꾼으로 남을 뿐이다.

더 아이러니한 건 경남에도 한류 콘텐츠가 있다는 사실이다. BTS RM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함안낙화놀이는 작년과 올해 초 일본·대만·홍콩 관광객 수백 명을 끌어모았다. 문체부가 글로벌축제로 선정한 진주남강유등축제와 묶어 관광상품을 출시할 계획도 있다. 그러나 함안낙화놀이 방문객 500명과 부산 BTS 공연 11만 명의 경제 효과는 비교가 무색할 정도다. 콘텐츠는 있지만 그것을 대규모 경제 효과로 증폭시킬 인프라가 없으니, 한류 바람이 불어도 경남은 '잔잔한 미풍'만 느끼는 셈이다.

문체부는 올해 6월 「공연을 계기로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강릉은 자체 공연 없이도 고양 공연 덕분에 관광택시 이용이 2배로 뛰었다. 수도권 공연이 인근 지역까지 파급 효과를 낸 것이다. 반면 경남은 부산 공연이 한 달 전 열렸지만 별다른 연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부산은 해운대 러브송라운지, 광안리 드론쇼 등 도심 곳곳에서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경남은 이런 기회에서조차 소외됐다. 인프라 격차는 단순히 공연장 유무를 넘어, 한류 생태계 전체에서의 배제로 이어지고 있다.

경남도는 내년까지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동남아 겨냥 특화 관광상품 10개 이상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진해군항제 바가지요금 논란처럼 기존 관광지조차 「두 번 다시 찾지 않겠다」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 신규 상품만 늘린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다. 필요한 건 대형 공연을 유치할 수 있는 2만 석 이상 경기장 확보, 한류 콘텐츠와 지역 관광지를 연결하는 교통·숙박 인프라 확충, 그리고 바가지요금 근절 같은 기본기 다지기다.

한류 특수는 준비된 도시에만 찾아온다. 경남이 1억7000만 관광객 시대를 넘어 질적 도약을 하려면, 숫자 늘리기에서 벗어나 한류 경제의 실질 수혜자로 진입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콘텐츠만 있고 무대가 없으면 구경꾼으로 남을 뿐이다. 서울·부산이 BTS로 수백억 원을 벌 때, 경남은 함안낙화놀이에 온 500명을 어떻게 5만 명으로 키울지—그 답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