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김해경전철이 김해시와 부산시에 2026년부터 2041년까지 최소 1조898억원의 추가 재정부담을 안긴다. 이미 2011년 개통 이후 15년간 9,068억원을 지급한 양 지자체는 향후 17년간 김해 6,886억원, 부산 4,012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인구 53만 도시 김해시가 연간 435억원씩, 330만 대도시 부산보다 더 큰 몫을 떠안는 기형적 구조다.
문제의 핵심은 중앙정부의 수요예측 실패다. 정부는 2011년 개통 당시 하루 이용객을 21만명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는 3만명 수준에 그쳤다. 2024년에도 예측치 31만명의 15%인 4만5,000명에 불과했다. 1992년 노태우 정부의 경량철도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2000년 건설교통부 고시로 민간투자사업화한 이 사업은 애초부터 정부 주도로 설계됐다. 그런데 예측이 빗나가자 BTO(민간투자) 방식 특성상 최소수입을 지자체가 보전하는 구조로, 손실이 고스란히 지방 몫이 됐다.
중앙정부가 협약 당사자로서 도장을 찍고도 책임을 회피한다면, 지방은 더 이상 정부 주도 대형 사업을 신뢰할 수 없다.
정부는 초기 건설보조금 1,898억원을 지급한 뒤 일절 지원을 끊었다. 실시협약엔 「정부가 관계법령 개정 시 이전과 동등한 재정적 조건을 유지하도록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2009년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 폐지로 발생한 미지급분 1,287억원, 정부 약속 중 미이행분 388억원, 안전법령 강화 추가비용 696억원 등 정부 귀책사유로 발생한 2,371억원조차 김해시가 떠안았다. 민간차입금 이자까지 합치면 9,422억원이 정부 책임 범위라는 게 김해시 주장이다.
중앙정부 주도 광역교통사업의 위험을 지방에 전가하는 이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수요예측은 당시 건설교통부가 주도했고, 사업 승인 또한 정부 권한이었다. 지자체는 중앙의 시범사업 지정에 따라 사업을 추진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수요 예측 오류로 인한 손실을 온전히 지방 재정으로 메우라는 것은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김해시가 부산시보다 과중한 부담을 지는 이유가 1990년대 당시 김해시의 수요예측이 더 높았기 때문이라는 점은, 중앙정부가 지자체 간 경쟁 구도를 방치한 채 과다예측을 묵인한 책임마저 회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귀책사유가 명백한 2,371억원에 대해 즉각 국비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장기적으론 민간투자 광역교통사업의 위험 분담 구조를 재설계해, 중앙정부 주도 사업에선 정부가 일정 비율 손실을 부담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영국은 PFI(민간투자사업) 개혁을 통해 과도한 위험을 민간·지방에 떠넘기는 구조를 수정했다. 2025년 지방재정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다뤄야 한다.
지역 주민의 세금이 17년간 1조원 넘게 경전철 적자 보전에 쓰이는 동안, 복지·교육·안전 예산은 쪼그라든다. 중앙정부가 협약 당사자로서 도장을 찍고도 책임을 회피한다면, 지방은 더 이상 정부 주도 대형 사업을 신뢰할 수 없다. 부산-김해경전철은 단순히 한 노선의 적자 문제가 아니라, 중앙-지방 재정 관계의 근본적 불균형을 드러내는 시금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