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 14개월째를 맞았다. 지난해 6월 취임 직후부터 '공급 중심'을 표방했지만, 실제 정책은 대출 규제와 외국인 규제 등 통제 일변도로 흘렀다. 2025년 6월 27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데 이어, 10월엔 시가별로 2~6억 원으로 차등화했다. 올해 4월엔 다주택자 대출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강수까지 뒀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 공세가 집값 안정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다.
![[경제 분석] 주택정책 14개월, 규제만으론 풍선효과만 키웠다](https://storage.googleapis.com/pressdata-media/gyeongnampost/1785752896050-sw49gm.jpg)
규제는 강화됐지만 결과는 시장 왜곡으로 나타났다. 2025년 한 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1.2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 1.22%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평택은 -6.9%, 이천은 -6.5%를 기록하며 지역 간 양극화는 심화됐다. 대출 규제로 매수를 포기한 수요자들은 전세로 몰렸고, 올해 4월 서울 전셋값은 0.09%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남 고가 단지에서 밀려난 수요는 노원·구로·영등포 등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하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다.
규제로 수요를 억눌러도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풍선효과만 반복된다는 것은 과거 정부들이 이미 겪은 교훈이다.
더 큰 문제는 공급 확대 공약과 현실의 괴리다. 정부는 지난해 9월 7일 '향후 5년간 전국 135만 가구 공급' 목표를 발표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로 재건축·재개발은 오히려 위축됐다. 이주비 대출마저 막히면서 정비사업 활성화는 공약 후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국인 토지거래허가제 역시 입주 의무·실거주 의무를 강제하면서 임대 물량을 줄이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맞추려 세입자를 퇴거시키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월세 시장은 더욱 경색되고 있다.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올해 3월 2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지만, 이는 규제 효과라기보다 수요 위축과 거래 절벽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3일 정부가 여의도에서 개최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주택 거래의 어려움을 체험했다고 밝혔지만, 규제 완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업계는 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시장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택정책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중장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규제로 수요를 억눌러도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풍선효과만 반복된다는 것은 과거 정부들이 이미 겪은 교훈이다. 정부가 진정 '무주택 서민'을 위한다면, 대출 통제보다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로 시장이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9.7 대책의 135만 가구 목표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벌어지고 전세난은 해소되지 않는다. 규제 중심 패러다임을 지속하는 한, 주택 시장의 구조적 왜곡은 고착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