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출범한 제2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1년 6개월째 활동 중이다. 국무총리와 민간 공동위원장 체제, 당연직 21명과 민간위원 32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여성 비율 39%, 청년 비율 8%, 노동계 위원 2명 등을 내세우며 대표성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구성만으로는 기후위기 당사자인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낼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환경 모니터] 탄소중립위, 시민사회 배제로는 실효성 담보 못한다

탄소중립 정책은 산업 재편, 일자리 전환, 생활양식 변화를 동반하는 총체적 사회 전환 과정이다. 정책 수립 단계부터 영향을 받을 당사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탄녹위 구성을 보면 신기술 전문가와 산업계 대표가 중심이고, 기후위기로 직접 피해를 입는 농민·어민·청년·취약계층의 대표성은 여전히 미흡하다. 2021년 탄소중립위 출범 당시에도 참여연대는 「산업계는 변화의 대상일 뿐, 변화의 주체는 시민」이라며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본질적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탄녹위는 지금이라도 구성 원칙을 재검토하고, 기후정의 관점에서 거버넌스를 재설계해야 한다.

산업계 편향 구성이 초래하는 문제는 정책의 실효성 저하다. 2021년 탄소중립위가 2030년 감축목표를 40%로 설정했을 때, 에너지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요를 줄이지 못한다는 재계·산업계 입장을 그대로 받아 시나리오를 짜니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국제 기준에도 못 미치고 불확실한 감축수단에 의존하는 계획이 나온 배경에는, 정책 테이블에서 시민사회와 기후 당사자의 발언권이 약했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기후정의 관점이 결여된 채 산업계 이해만 과도하게 반영된 정책은 사회적 수용성을 얻지 못하고 표류하게 된다.

경남의 사례는 시민 참여 거버넌스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남도는 2022년 도민 140여 명이 참여하는 기후도민회의를 구성해 에너지 전환, 산업 전환, 순환경제 등 7개 분과에서 정책권고안을 도출했다. 도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보급, 정의로운 전환 정책, 로컬푸드 확산 등 구체적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경남도의회가 기후부정론자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 등 기후정책 기조가 후퇴하면서 도민회의 성과는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아래로부터의 참여가 위로부터의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한, 탄소중립은 구호로만 남는다.

탄녹위는 위원 수를 늘리는 양적 확대가 아니라, 누가 어떤 입장에서 발언하는지를 재설계하는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농어민, 일자리 전환의 당사자인 노동자, 미래 세대를 대표하는 청년 단체가 실질적 발언권을 가질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특히 경남처럼 제조업과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산업 전환 과정에서 배제되는 목소리가 없도록 지역 거버넌스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정부와 전문가만의 과제가 아니다. 시민사회의 참여 없이 탁상에서 짜낸 계획은 국제사회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국내 현장에서도 외면받을 것이 분명하다. 탄녹위는 지금이라도 구성 원칙을 재검토하고, 기후정의 관점에서 거버넌스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2050 탄소중립을 실현 가능한 목표로 만드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