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건설업 50억 원 미만)으로 확대 시행된 지 2년 반이 지났다.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된 이 조치는 전체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이 중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고용노동부 통계를 근거로 마련됐다. 하지만 경남 현장을 들여다보면 법의 취지와 실행력 사이엔 여전히 깊은 골이 가로놓여 있다.

[안전 칼럼] 중대재해법 2년 반, 중소 현장은 사각지대

가장 큰 문제는 중소기업의 재정·인력 한계다. 2023년 8월 중소기업중앙회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 892개사를 조사한 결과, 80%가 법 시행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사유로는 전문인력·예산 부족뿐 아니라 「의무 이해가 어렵다」는 점까지 꼽혔다. 규모가 큰 대형 건설사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췄지만, 영세 업체는 인력 한 명 더 쓰는 것조차 버거운 형편이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에 143억 원을 투입하고 경남을 포함한 8개 지자체와 협약을 맺었지만, 수혜 사업장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

그 합의가 대기업 본사에만 머물고 중소 현장에선 서류 뭉치로만 존재한다면, 법은 또 다른 불평등의 상징이 될 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위험성평가가 형식에 그치고 정작 노동자는 배제된다는 사실이다. 민주노총 실태조사 결과, 유해·위험 요인 파악 과정에서 57% 이상 사업장이 법을 위반해 노동자를 참여시키지 않았다. 감소대책 실행 확인 단계에서는 67%가 노동자를 배제했다. 관리자 중심으로 서류만 작성하고, 하도급·일용직 노동자는 「누가 평가하는지도 모른 채」 현장에 투입된다. 2022년 3월 함안군 한국제강 사건에서 하청 노동자가 부실한 섬유벨트와 안전고리 미결착 상태에서 1.2톤 철판에 깔려 숨진 것도, 이런 구조적 배제가 빚은 참사였다.

50인 이상 사업장 대상 법 시행 초기인 2022~2023년에는 「원청 대표 징역형」이라는 상징적 판결이 나오며 경각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중소 현장에선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안일함이 되살아났다. 안전관리비를 집행했다는 서류는 쌓이지만, 실제로 안전고리를 채웠는지·위험 요인을 노동자와 함께 점검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형식적 이행과 실질적 안전 개선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법은 「처벌만 있고 예방은 없는」 빈껍데기로 전락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공동안전관리자·기술 지원·교육 컨설팅 등 실질적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위험성평가에 노동자가 실제로 참여했는지를 점검하는 사후 감독도 강화돼야 한다. 특히 하도급·일용직이 밀집한 건설 현장에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안전 교육과 평가 참여를 의무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세부 지침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람이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였다. 그 합의가 대기업 본사에만 머물고 중소 현장에선 서류 뭉치로만 존재한다면, 법은 또 다른 불평등의 상징이 될 뿐이다. 경남에서만 2020년 한 해 77명이 산업재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숫자를 줄이는 길은 법 조문이 아니라, 영세 업체가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 지원과 노동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여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