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3월 18일 이후 전체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않고 있다. 올해 2월과 3월 두 차례 회의가 전부였다. 오늘로 공백이 석 달을 넘겼다. 특위 활동기한은 12월 31일까지 167일 남았다. 이미 한 번 1년 연장한 시한이다.
정부 범부처 지원TF는 더 심각하다. 1차 회의가 2025년 4월이었고 2차 회의는 지난달 24일에야 열렸다. 1년 2개월 만이다. 결론은 '지속 협의'였고 구체적 시한은 없다. 구조개혁은 정부안에서 빠졌다.
유예는 개혁이 아니다.
배경에는 2025년 기금운용수익률 18.82%가 있다. 수익 231.6조원을 거두며 적립금이 1,458조원으로 불어났다. 국회예산정책처와 복지부는 이를 반영해 소진 시점을 2069년으로 제시했다. 종전 추계보다 4~5년 늦춰진 것이다. 수익률을 1%포인트 더 높게 가정하면 2082년까지 간다는 계산도 나왔다. 정부는 이 수치를 근거로 개혁의 시급성을 낮춰 잡았다.
하지만 복지부 스스로 이를 '개혁 당시 추계에 지난해 말 기금 규모만 반영한 단순 재추계'라고 규정했다. 공식 전망은 2028년 제6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나온다. 다시 말해 2069년은 제도 개선이 아니라 단년도 운용 실적이 만든 잠정 유예다. 연간 수익률 18.82%를 앞으로도 반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수익률 가정이 어긋나면 추계도 함께 달라진다. 유예를 구조개혁으로 착각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올해 1월 시행된 모수개혁 — 보험료율을 매년 0.5%포인트씩 올려 2033년 13%로 만드는 방안 — 은 복지부 2025년 3월 추계 기준 소진 시점을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늦추는 데 그쳤다. 세대 간 부담 분담 설계는 여전히 백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2025년 7~8월)에서 20대의 69.2%, 30대의 74.7%가 국민연금 제도 전반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 응답은 20대 83.0%, 30대 82.8%였다. 청년층의 제도 불신과 보험료 인상 거부감이 뚜렷하다.
국가 차원의 개혁이 표류하는 사이, 경남도는 올해 1월 '경남도민연금'을 시행했다. 은퇴 후 공적연금 수령 전까지의 소득 공백기와 노후 준비를 돕는 사업이다. IRP 기반 사적연금에 도와 시군이 보조금을 지원한다. 1차 모집 1만 명이 사흘 만에 마감됐고, 4월 추가모집까지 합쳐 총 2만 589명을 모집했다.
단년도 수익률에 기대 개혁을 미루는 동안 세대 간 갈등은 깊어지고 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은 커진다. 특위에 남은 시한은 167일이다. 최소한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라도 결론 내야 한다. 정부는 2069년이라는 숫자를 방패 삼아 구조개혁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왜 복지부가 이를 '단순 재추계'라 부르는지 직시해야 한다. 유예는 개혁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