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교육청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지속가능한 공적돌봄 체계 구축 방안'을 제안했다. 맞벌이 가정 지원을 위해 초등 3학년에 연 48만 원 이용권을 지급하고, 밀양·남해에 38억 원을 들여 지역 맞춤형 돌봄센터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같은 날 국회 교육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경남에서 2025년 입학생이 10명 이하인 학교가 250곳에 달한다. 돌봄 시설을 확충할 학교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 앞에서, 돌봄 체계 구축이 최우선 과제일 수는 없다.

숫자는 더 가혹하다. 경남 초등학교 입학생은 2021년 3만 185명에서 2025년 2만 701명으로 무너졌고, 2029년에는 1만 6337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초등학생 총수는 2024년 17만 549명에서 2029년 11만 9817명으로 29.8% 감소한다. 이미 20년간 117개 학교가 통폐합됐고, 최근 7년간에만 35개 유초중고가 문을 닫았다. 2026~2027년에는 7개교 폐교가 확정됐으며, 36개교가 추가 통폐합 검토 대상이다. 학교가 존속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제는 교육청이 이 근본 위기에는 침묵하면서 돌봄·방과후 사업 확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돌봄은 중요하다. 맞벌이 가정의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가 사라지면 돌봄 시설도 의미가 없다. 실제로 입학생 10명 이하 학교 250곳 상당수는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다. 이들 학교는 지역 공동체의 마지막 보루인데, 통폐합이 가속화되면 지역소멸로 직결된다. 돌봄센터 구축보다 이들 학교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더구나 교육청은 같은 날 '인공지능 시대의 인권'을 주제로 제10회 경남인권포럼을 열었고, 올해 초에는 전 초등학교 대상 코딩교육 프로그램까지 발표했다. 미래교육 담론과 인권 의제도 중요하지만, 정작 학교가 존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종합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통폐합 대상 학교 수만 발표할 뿐, 농산어촌 학교를 지역 거점으로 재구조화하거나 작은학교 특성화 방안 같은 근본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 우선순위가 어긋났다.

물론 학령인구 감소는 전국적 추세다. 경남만의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금 경남교육청에 필요한 것은 돌봄 시설 몇 개를 더 짓는 게 아니라, 2029년 1만 6000명 시대를 대비한 학교 재배치 마스터플랜이다.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면 어떤 기준으로, 어느 지역부터 진행할 것인지, 폐교 후 지역사회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 말이다. 그 위에서 돌봄·방과후·AI 교육이 의미를 가진다.

경남교육청은 국회에 돌봄 구축안을 제안하기 전에, 도민에게 학교 존속 전략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입학생 10명 이하 학교 250곳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지역소멸의 경고음이다. 화려한 미래교육 담론과 돌봄 확대 정책 이면에서 학교가 조용히 사라지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책 우선순위를 근본부터 다시 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