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24.4%에 달했다. 2026년에는 3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이 국가 전체 수출 성장률 3.8%에 4.6%포인트를 기여하는 동안, 2026년 4월 반도체 제외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코스피가 9000선까지 치솟았던 최근, 정작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은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성장 동력이 단일 산업에 극도로 집중되면서 경제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반도체 호황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반도체 생산이 12.8%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반도체 제조업 일자리는 1.9% 증가에 그쳤다. 반도체의 고용유발계수는 10억 원당 1.6명에 불과해, 건설업 8.2명이나 자동차 4.8명에 비해 현저히 낮다. 반도체 제조업 일자리는 전체 제조업 임금근로 일자리의 4.0% 수준이다. 올해 고용탄성치는 0.24로 201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출 지표는 호황이지만 내수와 고용으로 온기가 제대로 퍼지지 않는 전형적인 K자형 양극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산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없이 반도체 올인 전략을 고수한다면, 슈퍼사이클 종료와 함께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경제 구조를 막을 방법이 없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났을 때 한국 경제가 받을 충격은 과거 사례를 통해 예측 가능하다. 2015년 반도체 불황은 1년 안팎에 그쳤지만, 2018년에는 약 1년 반 동안 20% 안팎 하락했고, 2022년에는 1년 넘게 30% 가까이 밀렸다. 조정의 깊이와 기간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이번 슈퍼사이클 이후 조정 국면은 더욱 긴 충격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 취업자가 25개월째 감소하는 상황에서 반도체마저 침체에 빠지면 경제 전반의 급격한 위축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바이오산업을 2030년까지 생산 규모 100조 원, 수출 500억 달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구체적 투자 로드맵이나 세제 지원 방안은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거 조선·철강 의존 경제가 글로벌 수요 급감 시 겪었던 위기를 우리는 기억한다. 1990년대 후반 조선업 불황 때 경남 지역이 받았던 충격, 2000년대 중반 철강 가격 급락이 지역경제에 미친 파장을 망각해선 안 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본부장은 「반도체와 AI 중심의 성장은 착시를 일으키기 쉽다」고 경고했다. 산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없이 반도체 올인 전략을 고수한다면, 슈퍼사이클 종료와 함께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경제 구조를 막을 방법이 없다. 정부는 8월 「차세대 전략산업 육성법」 시행 전까지 바이오·2차전지·로봇 3대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과 전문인력 양성 예산을 반도체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올해가 산업 다각화의 골든타임이다. 2027년 이후 반도체 조정기가 본격화되면 경제 전체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