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삼장면 덕교리는 지하수 수량관리 1등급 지역이다. 산청군이 수립한 지하수 관리 계획에서 재해 예방을 위해 이용량 감시와 즉각적인 행정 규제가 필요하다고 명시한 곳이다. 2022년 개발 가능량 대비 이용량이 100%를 초과해 군이 '이용량 심각 지역'으로 분류한 위기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경남도는 올해 1월 이곳에서 지하수를 취수하는 생수공장의 취수량을 하루 600t에서 872t으로 272t이나 증량 허가했다. 위기 지역으로 분류해놓고 오히려 취수량을 늘려주는 이율배반 행정이다.

문제는 산청군의 생수공장 밀집도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경남 지역 먹는샘물 기업 10개 중 4개가 산청군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의 하루 취수 허가량은 총 5264t으로 경남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전국 288개 기초자치단체 중 경기 포천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삼장면만 해도 생수 업체들의 하루 취수 용량이 1000t에서 1272t으로 늘어나게 됐다. 좁은 지역에 생수공장이 난립하고 취수량이 계속 증가하는데, 행정은 위기 경보를 울리면서도 기업 증량 신청엔 문을 열어준 것이다.

더구나 주민들의 피해는 구체적이고 심각하다. 증산 임시 허가 후 2년간 지하수에서 흙탕물이 나오고 우물 수위가 떨어졌으며 고목이 말라 죽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이 경남도와 산청군에 접수한 민원만 37건에 달한다. 환경단체는 산청군과 군의회의 반대 공문, 사회대통합위원회의 권고까지 모두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환경부 지하수 관리지침에 따르면 삼장 지역은 이미 감량 대상인데 증량 자체가 지침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경남도는 낙동강유역환경청 심의 결과만을 내세워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과연 경남도의 수자원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주민들은 생활용수 고갈과 농업용수 부족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데, 행정은 생수 기업의 증량 신청에는 즉각 화답했다. 지역 경제를 생각한다지만, 주민이 떠나는 지역에 무슨 경제가 있겠는가. 지하수는 지역 공동체의 생명줄이지 기업의 상품 원료가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하수 고갈은 곧 지역 붕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경남도는 외면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경남도는 272t 증량 허가를 재검토해야 한다. 1등급 위기 지역에서 증량이 아니라 감량을 논의하는 것이 상식이다. 지하수 관리 거버넌스에 주민 참여를 의무화하고, 기업 이익보다 주민 생존권을 우선하는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박완수 지사가 낙동강 녹조 현장에서 '도민의 먹는 물 안전'을 강조했다면, 산청 주민들의 지하수 안전도 같은 무게로 다뤄야 마땅하다. 이대로라면 경남도는 주민을 보호하는 행정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을 대리하는 행정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