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방산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5년 방산수출 수주액은 154억4000만 달러(약 22조7000억 원)로 전년 대비 62.5% 늘었고, 올해는 377억 달러(약 56조6000억 원)까지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한화오션 등 주력 기업들이 창원·거제·사천에 뿌리내린 상태다. 경남이 K-방산 호황의 최대 수혜 지역이 되어야 마땅한 이유다.
문제는 지금의 호황이 경남의 미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 방산업계는 무기 체계 판매 중심 수출에서 벗어나 운용·정비(MRO)와 현지 생산을 포함한 장기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 단순히 수주 물량을 소화하는 것을 넘어 기술 자립도와 후속 지원 역량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그러나 경남의 현재 대응은 이런 장기 전환에 조응하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의 현재 방산 정책은 여전히 개별 기업 지원 중심이며, 지역 전체의 방산 생태계를 강화하는 구조적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기업당 수억 원 규모 지원은 당장의 자금난 해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대기업 중심 수주를 중소 협력업체의 기술 역량으로 전환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R&D 역량과 전문 인력 양성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방위사업청이 2026년 2월 「방산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30년까지 방산 스타트업 100개 육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정작 경남 지역 차원의 구체적인 연계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창업진흥원·국방과학연구소·국방기술품질원 등 6개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정책 협력체계에 경남도는 어떻게 접속할 것인가. 방산혁신클러스터사업이 지역인재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표방하지만, 청년들이 실제로 경남 방산업에 정착할 수 있는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경력 경로는 불투명하다.
이제 경남도는 단순 기업 지원을 넘어 장기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경남 소재 대학·연구소·방위산업체를 연결하는 방산 R&D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국방과학연구소·국방기술진흥연구소 등 중앙 기관과의 협력 채널을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 둘째, 청년 인력이 방산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정착할 수 있도록 특화 교육과정과 장기 일자리 연계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대기업 중심 수주 물량이 1·2차 협력업체까지 골고루 흘러가는 생태계 구조를 만들고, 중소업체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데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K-방산 호황은 경남에 기회이지만, 준비 없이는 일시적 특수로 끝날 뿐이다. 지금 경남이 할 일은 수주 물량 늘어난 것에 안도하는 게 아니라, 이 호황이 10년 후에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남을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경남도와 창원·거제·사천 등 관련 지자체는 장기 전략 없이 단기 실적만 쫓는 안일함에서 벗어나, 경남 방산업의 미래를 지금 설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