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의료급여 수급자 중 2024년 한 해 외래진료를 단 한 차례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이 8,679명에 달한다. 연 12회 이하로 이용한 저이용자는 25,380명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병훈 의원실이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생계가 어려워 국가가 의료비를 대신 부담하는 의료급여 제도의 수혜자이면서도, 정작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1년에 한두 번 겨우 진료받는 이들이 3만4천 명을 넘는다. 보건복지부가 2년 전 집계한 의료급여 수급자 평균 외래 이용 일수가 연 36.7일임을 감안하면, 이들은 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수치가 최근 5년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남의 외래진료 미이용자는 2020년 9,332명에서 2024년 8,679명으로, 저이용자는 같은 기간 27,174명에서 25,380명으로 소폭 감소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고 공공보건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경남의 의료 사각지대는 여전히 고착 상태다. 제도는 있으되 실질적인 접근성은 개선되지 않은 채 해마다 2~3만 명이 복지 혜택 밖에 머물러 있다.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복지가 완성되지 않는다.

이들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24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 주민의 유병률은 34.5%로 도시지역(24.5%)보다 10%포인트나 높지만, 군 소재 의료기관은 전체의 8% 수준인 6천여 개에 불과하다. 농촌지역 독거노인의 59.5%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버스 배차 간격이 길고 병원까지 거리가 멀어 왕복 3~4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교통비와 시간을 감당할 수 없는 고령 수급자들에게 의료급여증은 실효성을 잃는다. 여기에 정보 접근성 문제까지 겹친다. 의료급여 절차를 제대로 안내받지 못해 의료급여의뢰서 없이 병원을 찾았다가 전액 본인 부담을 떠안고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소병훈 의원은 「정부 의료급여 관리가 재정 누수 방지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의료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방치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많이 쓰는 사람을 통제했지만, 이제는 전혀 못 쓰는 사람을 찾아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남용 방지를 위한 관리 인력과 시스템은 강화해왔지만, 미이용자 발굴과 지원 연계 체계는 뒷전이었다. 뒤늦게 수급자 관리체계 개편과 전산시스템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경남도는 2018년부터 전문과목이 없거나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찾아 무료검진을 실시하는 「경남 닥터버스」를 운영해 2024년 9월 재개 이후 1,700여 명이 이용했다. 의미 있는 시도지만, 연간 3만4천 명의 미·저이용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보건복지부가 2026년 1월부터 간주 부양비를 폐지해 수급 문턱을 낮춘 만큼, 이제는 자격을 얻은 이들이 실제로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경남도는 시·군별 미이용자 분포를 파악해 닥터버스 운행 노선을 확대하고, 교통비 바우처나 콜택시 연계 사업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지자체 배치 의료급여관리사가 미이용자를 직접 찾아가 제도를 안내하고 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능동적 발굴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복지가 완성되지 않는다. 2026년 의료급여 예산은 9조8,400억 원으로 13.3% 증액됐지만, 그 재원이 정작 필요한 이들에게 닿지 않는다면 제도 본래의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경남도는 9월 중 미·저이용자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3분기 내 교통 지원 시범사업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전산시스템 개선 일정을 구체화하고, 지자체 의료급여관리사 증원 계획을 8월 중 확정할 필요가 있다.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 그것이 복지 행정의 진짜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