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6월 5일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한 지 40일이 넘었지만 상임위원회 구성조차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6월 30일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하자 국민의힘은 상임위원 전원 사임계를 내고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며 맞섰다. 그 사이 본회의 표결만 남겨둔 민생법안 59건이 발이 묶였다. 장애인 학대 신고 의무 강화를 담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 설치 근거 법안, 중소기업 공동 연구개발 지원 법안이 대표적이다. 전반기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상임위와 법사위 심사까지 마친 법안들이 정파 갈등의 인질이 된 셈이다.

법사위 배분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민주당은 의석수에 따른 배분 원칙을 내세워 법사위원장을 확보했고, 국민의힘은 17대 국회 이후 제1당이 의장을,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온 관행을 깨뜨렸다며 '견제와 균형' 파괴로 규정한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야 본회의에 오를 수 있어 사실상 '상임위 위의 상임위'로 기능한다. 이 때문에 법사위 장악은 입법 주도권을 쥐는 것과 같다는 게 정치권의 계산이다. 하지만 이런 계산법은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 의석 비율이든 견제와 균형이든, 그 원칙을 관철하려다 민생입법을 멈춰 세운다면 둘 다 직무유기다.

여야 모두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지만, 이 시한을 넘기면 국회는 개원 이후 가장 긴 공백 기록을 남기게 된다.

원 구성 지연은 반복되는 관행이 됐다. 20대 국회 후반기는 48일, 21대 국회 후반기는 54일이 걸렸다. 22대 국회 후반기 역시 이 기록을 경신할 태세다. 단독 선출-직권 배정-사임계 제출-보이콧의 수순은 2020년 21대 전반기, 2024년 22대 전반기 때도 똑같이 되풀이됐다. 여야가 바뀌어도 각본은 그대로다. 문제는 이 소모전이 길어질수록 입법부 본연의 기능이 마비된다는 점이다. 상임위원회의 법안 심사와 기관 업무보고, 현안 질의가 전면 중단되면서 국민의 목소리가 국회에 닿을 통로 자체가 막혔다.

경남 현안도 표류 중이다.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경남의 미래를 좌우할 남해안발전특별법과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처리에 관심이 쏠렸지만, 국회 파행이 길어지며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전반기 국회에서 경남이 추진한 주요 법안 5건 가운데 통과된 것은 섬 발전 촉진법뿐이다. 사천과 고흥을 중심으로 우주항공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특별법과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뒤 다시 발의된 남해안발전특별법은 여야 갈등 속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공산이 크다. 서울 정치권의 쟁투가 지역의 미래를 담보로 삼고 있는 형국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7월 17일 제헌절 전까지 원 구성을 완료하라고 촉구했다. 여야 모두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지만, 이 시한을 넘기면 국회는 개원 이후 가장 긴 공백 기록을 남기게 된다. 당장의 타협이 어렵다면 법사위의 구조적 권한을 축소하는 국회법 개정이라도 논의해야 한다.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넘어 법안 내용까지 재심사하며 입법을 지연시키는 관행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여야 갈등의 뇌관을 제거할 수 있다. 국회가 법사위 쟁탈전에 매몰돼 있는 동안 장애인 학대는 계속되고, 공중화장실 불법촬영은 방치되고, 중소기업은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59건의 민생법안이 언제까지 인질로 남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