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지난달 29일 제69회 그래미 어워즈 보이콧을 선언했다. 올해 3월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으로 빌보드 메인 차트를 석권한 그룹이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을 스스로 외면한 것이다. 그래미가 지난 6월 신설한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에 대한 반발이었다. 경제적 성공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문화적 위계의 벽이 다시 한번 드러난 순간이다.

[문화 비평] 그래미가 그은 선, K컬쳐가 넘어야 할 벽

그래미 측은 해당 부문이 '아시아 팝 음악의 다양성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K팝 팬들과 업계는 이를 사실상의 '격리 조치'로 받아들였다. BTS는 2021년부터 5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주요 부문에선 백인 아티스트가, 별도 장르에선 유색인종이 상을 받는 그래미의 오랜 관행이 이번엔 K팝을 겨냥했다는 의구심이 커진 배경이다. 실제로 그래미는 지난달 31일 공식 홈페이지에서 BTS의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무대 영상을 삭제했다. 이에 대한 별도 입장조차 내놓지 않았다.

문화 산업의 중심부가 스스로 자신의 편향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이 불평등은 K팝뿐 아니라 모든 비영미권 음악에 적용될 것이다.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은 수치로 입증된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K팝 이벤트 시장은 2021년 81억 달러에서 2031년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4대 엔터사 매출의 55%가 이미 해외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이 막대한 경제적 성과가 문화적 인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아시아 음악을 별도 카테고리로 분리하는 순간, 그것은 다양성 존중이 아니라 '주류'에서의 배제를 의미한다. 메인스트림 팝의 정의 자체가 여전히 영미권 백인 중심이라는 방증이다.

그래미의 이중 잣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R&B와 랩 팬들은 오랫동안 흑인 창작자들이 주요 상에서 배제되는 '계층화된 시스템'을 비판해왔다. 2021년엔 위켄드가 모든 후보에서 제외되자 에미넴, 드레이크 등이 줄줄이 그래미를 보이콧했다. 흑인 음악에 쓰던 공식을 이제 아시아 음악에 적용하는 모양새다. 장르 구분이라는 명목으로 유리천장을 관리해온 역사가 K팝에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진정한 문화적 동등성은 별도 부문 신설이 아니라 기존 평가 기준의 재구성에서 나온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부른 노래, 서구와 다른 리듬과 구성을 가진 음악을 '비주류'로 격리하지 않고 동등한 예술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BTS의 보이콧은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그 기준 자체를 바꾸라는 요구다. 문화 산업의 중심부가 스스로 자신의 편향을 인정하지 않는 한, 이 불평등은 K팝뿐 아니라 모든 비영미권 음악에 적용될 것이다. 이는 분명하다.

2027년 2월 그래미 무대는 BTS 없이 열릴 것이다. 하지만 그 빈자리가 묻는 질문은 남는다. 세계 음악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아시아 음악을 여전히 '별도 취급'하는 것이 정당한 평가인가. 주류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할 때가 온 건 아닌가. 경제력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문화적 인정이라는 자물쇠는 여전히 잠긴 채다. 이 모순을 푸는 열쇠는 K컬쳐가 아니라 그 문을 만든 쪽이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