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군이 오랜 인구 감소 흐름 속에서 뚜렷한 변화를 맞고 있다. 한적하던 읍내 카페와 면 소재지 골목에서 젊은 얼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귀농·귀촌 통계가 이를 수치로 증명한다.


하동군은 지난해 한 해 동안 귀농·귀촌 인구가 1460세대, 1809명에 달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2023년(1652명), 2024년(1673명)에 이어 3년 연속 증가세로, 하동군 전체 인구 약 4만 명의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사실상 매년 중소 읍·면 하나가 새로 생긴 셈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청년층의 유입이다. 지난해 하동으로 이주한 인구 가운데 20~40대가 45%를 차지했다. 농사 경험도, 농촌 생활 기반도 없는 청년 세대 600명 이상이 하동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군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군 관계자는 “도시의 높은 생활비와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설계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며 “굳이 대도시가 아니어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

귀농·귀촌의 성격은 ‘귀촌 중심’으로 뚜렷해지고 있다. 전체의 92%가 귀촌,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귀농은 8%에 그쳤다. 농업보다는 자연환경, 삶의 여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흐름이 최근 3년간 이어지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여전히 50대(24%)와 60대(22%)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은퇴 이후 삶의 방향을 고민하거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층의 선택도 여전히 하동 귀농·귀촌의 한 축이다.


주목할 점은 정착 형태의 변화다. 전체 귀농·귀촌 세대의 79%가 1인 세대로, 가족 단위 이주보다 개인의 선택이 두드러진다. 귀농 세대 역시 10명 중 7명 이상이 1인 세대다.
이주 지역 선택에서도 생활 방식이 반영됐다. 귀촌인은 하동읍과 진교면, 옥종면 등 생활 편의성과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몰렸고, 이후 악양면·화개면처럼 경관이 뛰어난 지역으로 확산됐다. 반면 귀농인은 옥종면과 횡천면, 진교면 등 농업 여건이 우수한 지역을 선호했다.
이주 전 거주지는 경남(37.2%)과 부산(21%)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진주 등 인접 도시에서 이동한 사례가 많아, 먼 곳이 아닌 ‘가까운 농촌으로의 이동’, 이른바 ‘멀지 않은 귀촌’이 현실이 되고 있다.


하동군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청년 맞춤형 정책을 꼽는다. 정착형 0원 청년임대주택, 7세까지 월 60만 원을 지원하는 아동수당 등 ‘청년이 원하는 대로’ 정책이 실제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