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가 벚꽃 관광도시를 넘어 주민의 일상과 행동을 바꾸는 ‘건강도시’로의 전환을 본격 모색하고 있다. 진해사회단체협의회와 (사)글로컬 건강도시연구원은 23일 진해역 내 진해마을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진해 건강도시 설계 세미나」를 열고, 팔거리를 중심으로 한 ‘K-Street(8 Streets, 8 Health)’ 모델을 공개 논의했다.
이번 세미나는 풍부한 자연·역사·해안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저출산과 고령화, 빈집 증가, 상권 침체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진해 구도심의 현실을 진단하고, 주민 중심의 새로운 도시 전환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주민 실태조사 결과, 진해는 건강 인식 수준은 높지만 음주·흡연, 당뇨 유병률 등 해안문화 특성이 반영된 건강 위험 요인도 함께 나타났다. 특히 시내 중심을 관통하는 팔거리 유적은 인지도와 만족도가 모두 낮은 것으로 조사돼, 세계적으로 드문 군항·벚꽃·해안·역사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미나에서는 기존의 시설 확충이나 단기 이벤트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주민의 행동 변화를 핵심으로 하는 ‘건강도시’ 개념이 강조됐다. 건강을 의료 서비스 차원이 아닌 사회·환경을 포함한 전인적 개념으로 확장하고, 도시 자체를 건강한 삶의 공간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 전략으로는 팔거리를 중심축으로 한 ‘8거리 건강도시 모델’이 제시됐다. 8거리를 걷기·명상·회복·역사 등 각 특성에 맞는 건강 테마 거리로 재구성하고, 이를 관광과 지역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K-Health Streets’ 브랜드화 방안이다. ‘8’이 상징하는 순환과 무한의 의미를 도시 정체성으로 삼아, 세계 최초의 건강행태 기반 거리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빈집 문제와 상권 침체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과제 역시 8거리에서 출발해 해결 방안을 찾는다. 빈집을 쉼터, 숙박, 회의 공간 등으로 전환하고, 흩어진 역사·자연·건강 자원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융합하는 방식이다. 건강·관광·사업을 결합한 3대 플랫폼은 디지털 기반으로 운영·평가되는 구조로 설계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팔거리를 군항, 벚꽃길, 해안, 근대유적과 연결하는 ‘대순환길(Grand Loop)’을 구축해 크루즈 노선, 순환형 수륙양용버스 등과 연계한 건강·관광 비즈니스 모델로 확장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를 통해 진해를 부산의 배후 힐링도시이자 글로벌 건강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건강도시 구상의 또 다른 특징은 주민 주도 방식이다. 대규모 예산 투입이 아닌, 주민 참여를 통해 작은 변화를 축적하는 구조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세미나에서는 지자체, 주민, 기업, 의회, 연구기관, 시민단체, 언론이 함께하는 통합 거버넌스 구축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주민은 정책 수혜자가 아닌 공동 설계자로 참여하고, 지자체는 조정자와 지원자 역할을 맡는 새로운 협력 구조가 제안됐다.
연구자 이성희 박사(진해사회단체협의회 회장·글로컬 건강도시연구원 사무총장)는 “이번 세미나는 진해의 길과 삶의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공개 설계 과정”이라며 “주민이 중심이 되는 건강도시 모델을 통해 지속가능한 진해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주최 측은 내년 1분기 중 추가 여론 수렴과 2차 세미나를 거쳐 단계별 추진 전략을 확정하고, 지자체 건의와 통합 거버넌스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