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경남 남해군청 민원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신청 접수 첫날을 맞아 창구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주민과 전입 예정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류를 챙긴 청년, 귀촌을 고민해 온 중·장년층까지 접수대 앞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남해군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지역에 실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4년 동안 줄곧 감소하던 남해군 인구가 반등하며, 불과 50일 만에 1400명 이상 늘어났다.
남해군에 따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남해군 인구는 4만770명으로, 전년 대비 938명이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 남해군 인구가 늘어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2012년 5만 명 선이 무너진 뒤, 지난해에는 4만 명 아래로 내려앉았지만 이번 증가로 다시 4만 명을 회복했다.

이 같은 반전의 중심에는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있다. 해당 사업은 인구 감소 지역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 원을 지역화폐로 2년간 지급하는 정책이다.
남해군은 지난해 10월 20일 제1차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후 인구는 발표 당월에만 710명, 다음 달 741명이 늘어 두 달 사이 1400명 이상 급증했다.
이 현상은 남해군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달 3일 발표된 제2차 대상지를 포함해 전국 10곳의 시범사업 대상지 모두에서 인구 증가가 확인됐다. 전남 신안군이 2975명으로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고, 강원 정선군(1613명), 경남 남해군(1474명), 경기 연천군(1313명) 등이 뒤를 이었다.
“15만 원, 청년에게는 결코 작은 돈 아니다”
최근 남해군으로 전입한 문주원 씨(37)는 “청년층에게 매달 15만 원은 체감도가 크다”며 “이주를 고민하던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입 과정에서 군에서 지원하는 제도도 많아 장기 정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유입 인구를 연령별로 보면 변화의 방향이 뚜렷하다. 시범사업 발표 전후로 전입한 인구 중 1020대가 32.0%(472명), 5060대가 42.9%(633명)를 차지했다. 전체 유입 인구의 약 75%가 이 두 연령층이다.
10~20대 유입이 많은 배경에는 남해군의 교육 인프라가 있다. 해성고등학교를 비롯한 기숙형 중·고등학교와 유소년 축구단 ‘보물섬 남해FC’, 경남도립 남해대학 등이 자리 잡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주소지 이전이 잇따랐다.
반면 50~60대 유입은 은퇴 후 귀촌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어차피 농촌으로 갈 거라면 지원이 많은 지역을 택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해군 자체 분석에 따르면 1020대 유입 인구의 56%는 진주·사천·창원·김해 등 경남권 내 이동이었고, 5060대는 경남 외 지역에서의 전입이 56.7%로 더 많았다. 군은 이를 두고 “도내 인구 제로섬 게임이라는 우려는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남해군은 수도·전기 사용 여부 확인과 실거주 검증 절차를 거쳐 기본소득을 지급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초기 우려됐던 위장 전입 문제는 현재까지 사업 전체에 영향을 줄 만큼 크지 않다”며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역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