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학업도, 사회적 관계도 끊긴 채 집 안에 머무는 이른바 ‘은둔 청년’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5조 원을 넘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구조적 비용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둔 청년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5조 2천870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생산 손실, 복지 지출 증가, 가족 부양 부담, 장기적 인적자원 손실 등을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보고서는 은둔 청년을 임신·출산이나 장애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 만 19세에서 34세 사이에서 거의 집에만 머무르며 사회 활동이 단절된 청년으로 정의했다. 이 기준에 따른 국내 은둔 청년은 지난해 기준 53만 7천863명, 청년 인구 20명 중 1명꼴에 달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쉬었음’ 상태의 청년들이 은둔으로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의 은둔 확률은 17.8%로, 취업 중인 청년(2.7%)의 6.6배에 달했다.
실업 청년 역시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은둔 확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반복되는 실패와 불안정한 노동시장 구조가 청년들을 점점 사회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은둔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취업 실패→쉬었음→고립→은둔’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과정”이라며, 사후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은둔 청년 현상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성향 문제로 치부하는 시각이 문제를 키운다고 입을 모은다. 과도한 경쟁, 불안정한 일자리, 주거 비용 부담, 사회적 낙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청년들이 사회로부터 한 발씩 물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 내부에서 문제를 감당하는 구조 역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보고서는 은둔 청년 1인당 평균 연간 비용 중 상당 부분이 가족 부양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으며, 이는 중·장년층의 경제 활동 위축으로 다시 사회적 비용을 확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은둔 청년을 발견한 이후의 복지·치료 지원을 넘어, ‘쉬었음’ 단계에서 위기 경로를 조기에 차단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직 단절 초기 단계에서의 상담, 직무 체험, 사회적 관계 회복 프로그램, 지역 기반 맞춤형 지원 체계 구축이 핵심 대안으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은둔 청년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며, 방치할 경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청년 개인의 회복을 돕는 것이 곧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집 안에 머무는 청년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는 커지고 있다. 이제 은둔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안전망을 갖추고 있는지를 묻는 구조적 질문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