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가 들어오는 날만 기다립니다. 아픈 몸을 믿고 맡길 곳이 여기밖에 없으니까요.”
남해군의 한 작은 섬마을 주민이 꺼낸 말이다. 바다 건너 병원까지 나가려면 하루가 걸리고, 기상 상황이 좋지 않으면 발이 묶이기 일쑤다. 이들에게 병원선은 단순한 배가 아니라 ‘찾아오는 병원’, 곧 생명줄과도 같다.
경상남도가 3일 병원선 대체 건조 착수 보고회를 열고 새 병원선 건조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재 운항 중인 경남 511호는 2003년 취항해 20년 넘게 섬 주민의 건강을 지켜왔지만, 노후화로 대체가 불가피했다.
511호는 지난 22년 동안 7개 시·군 41개 섬을 누비며 주민들을 돌봤다. 지난해만 해도 무려 14만 8천 명이 이 배에서 진료를 받았다. 보건소 하나 없는 섬에서 주민들의 혈압을 재고, 처방을 내리고, 예방접종을 해온 ‘섬마을 주치의’였다.
이번에 건조되는 새 병원선은 290t 규모로, 총 사업비 150억 원이 투입된다. 길이 49.9m, 폭 8.4m의 차도선형 선박으로 설계돼, 남해안의 협소한 선착장에도 쉽게 접안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의 프로펠러 대신 워터제트 추진 방식을 도입해 안전성과 기동성을 높였고, 미세먼지 저감장치(DPF)를 장착해 친환경 성능도 강화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진료 기능의 확장이다. 새 병원선에는 물리치료실, 임상병리실 등이 신설돼 고령화된 섬 주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 진료를 넘어 건강 관리와 재활 치료까지 가능해지는 셈이다.
새 병원선은 2027년 3월 시범 운영을 거쳐 정식 취항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섬 주민들에게는 단순한 의료 지원이 아닌 삶의 질을 지키는 일”이라며 “더 안전하고, 더 가까이 다가가는 병원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섬 주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새 주치의’가 바다 위에서 다시 닻을 올릴 날이 머지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