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가 화학물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예방 체계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을 지난해 공공시설에서 시범 적용한 데 이어 올해부터 민간사업장으로 본격 확산한다. 화학물질별로 색상을 정하고 저장탱크부터 배관, 밸브, 주입구까지 일관되게 표시하며, 서로 다른 물질의 호스가 연결되지 않도록 전용 연결장치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인천시가 화학물질별로 색상을 일관되게 표시하고 전용 연결장치를 설치하는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을 통해 작업자의 순간적인 착각으로 인한 오주입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인천광역시청 제공)
인천시가 화학물질별로 색상을 일관되게 표시하고 전용 연결장치를 설치하는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을 통해 작업자의 순간적인 착각으로 인한 오주입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인천광역시청 제공)

인천시는 2025년 9월 17일부터 11월 6일까지 인천환경공단 13개 사업장의 103개 화학물질 취급시설을 전수 점검해 차아염소산나트륨, 황산알루미늄, 수산화나트륨 등 15종의 개선을 완료했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초록색, 황산알루미늄은 파란색, 수산화나트륨은 노란색 등으로 구분해 표시했으며, 주입구에 명패와 시건장치를 설치하고 회전경고등도 배치했다.

이같은 정책 전환은 지난해 인천에서 잇따라 발생한 화학물질 오주입 사고에서 비롯됐다. 2025년 8월 인천환경공단 공촌사업소에서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황산알루미늄 저장탱크에 잘못 주입해 작업자 4명이 다쳤고, 9월 미추홀구의 한 반도체 제조공장에서는 염소산나트륨을 염산 저장탱크에 잘못 넣어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인천시는 이런 사고들이 단순 부주의가 아니라 불일관한 표시 체계에서 비롯된다고 판단, 작업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화학사고의 심각성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인천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49건으로, 이 중 5명이 숨지고 92명이 다쳤다. 2025년 한 해만 해도 8건의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다쳐 최근 12년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 분석 결과 시설 결함 23건과 안전기준 미준수 23건이 전체의 93.9%를 차지했다.

화학사고가 심각한 이유는 화학물질이 호흡기나 피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서로 반응하는 물질이 섞이면 유독가스와 고열이 발생해 화재나 폭발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질의 독성, 누출량, 기상 조건에 따라 사업장 밖 시민 생활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현장 표시 체계가 사업장마다 다른 것도 문제다. 저장탱크에는 화학물질명이 표시되지만 배관에는 유체의 흐름 방향만, 밸브에는 관리번호만 부착되는 경우가 많다. 주입구에는 물질명이 없거나 오래된 라벨만 남아 있어 작업자가 별도의 도면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숙련된 작업자도 순간적으로 배관을 혼동할 수 있다.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같은 화학물질에 같은 색상을 일관되게 적용해 작업자가 저장, 이송, 주입 과정에서 물질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현장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물질의 배관과 호스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전용커플링을 적용한다. 연결구의 직경, 나사산, 핀의 위치 등을 물질별로 다르게 해 색상을 잘못 확인하더라도 연결 단계에서 오주입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는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취급기준, 경고표지, 안전교육과 함께 시행되는 추가 안전장치다.

인천시는 공공시설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으로 확대한다. 지난 7월 20일 관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화학물질 안전관리 교육을 실시했으며, 희망 사업장에 현장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한다. 전문가가 방문해 취급물질과 공정을 분석한 뒤 시설 여건에 맞는 색상표시와 연결장치 적용방안을 제시한다. 올해는 민간사업장의 자율적 참여를 확대하고, 2026년부터 2027년까지 현장 적용 결과를 축적해 업종별 기준을 정립할 방침이다. 2027년 이후에는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인천의 예방방안을 법령과 지침 등 국가 안전관리 정책에 반영되도록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윤은주 인천시 환경안전과장은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작업자에게 더 주의하라고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이 순간적으로 착각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환경과 안전관리체계를 함께 개선하는 정책"이라며 "공공시설에서 시작한 현장 실증을 민간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인천의 경험이 국가 화학물질 안전관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마련과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