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이 6월 30일 ‘하동군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일부 개정·공포하면서 민원 담당 공무원을 겨냥한 폭언·폭행·성희롱 등 이른바 ‘악성 민원’에 대한 무관용 대응 체계를 법적·행정적으로 강화했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욕설이 시작되면 녹음·녹화 고지 후 기록, 15분 권장 상담시간 초과 또는 폭언 지속 시 통화 종료’ 등을 명문화한 뒤 각 지자체가 후속 조치를 의무화한 데 따른 것으로, 하동군은 ▲ARS 음성 안내에 ‘폭언·폭행은 즉시 법적 조치 대상’ 문구 삽입 ▲통화·면담 1회당 권장 시간 15분 설정 ▲위법 행위 시 기관 명의 고발·손배 청구 ▲소송 비용 전액 지원·심리 상담비·병가 보장을 신설했다.

군은 이미 민원실마다 안전 가림막·CCTV·비상벨을 설치하고, 웨어러블 캠 30대를 배부해 폭언이나 물리적 위협이 예상되는 즉시 영상을 확보하도록 했다.
웨어러블 기기 도입은 올해 3월 행정안전부가 권고한 “시청·구청·읍면동 민원창구 1곳 당 1대 보급” 기준을 충족한 수준이다.
2024년 5월 군청 민원실에서 발생한 공무원 폭행 사건 이후 하동군은 경찰과 합동 모의훈련 주기를 분기에서 반기로 단축했으며, 읍·면 민원실 13곳에도 동일 메뉴얼을 적용해 폭언 발생 1단계(경고)→2단계(상담 종료)→3단계(경찰 연계)로 대응하도록 매뉴얼을 통일했다.
조례는 반복·상습 민원에도 ‘세 번의 결과 통지 후 4번째부터는 종결 처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동일 내용 반복 제출로 업무가 마비되는 사례를 차단했다.
이 조항은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에서 3~5월 전국적으로 2,784명의 ‘상습 악성 민원인’이 확인된 뒤(중앙·지자체·교육청 합계) 도입된 표준 모델을 그대로 반영했다.
행정안전부가 같은 해 발표한 전국 보호조치 이행률은 2023년 88.4%에서 2024년 97.3%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현장 공무원이 욕설·협박을 받을 때 즉시 통화를 끊는 조치가 절반 이하로 실행된다”는 지적도 있어 실효성 제고가 과제로 남는다.
전국적으로도 유사 조례가 확산 중이다. 진주시·춘천시 등 15개 기초자치단체가 ‘민원 담당자 보호 조례’를 올 상반기 안에 손질했으며, 진주시는 상담 20분 초과 시 자동 종료·10분 간 냉각 시간을 갖는 규정을 넣어 민원 공무원 심리 부하를 줄이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폭언·폭행·성희롱 등 악성 민원 건수가 12만 건에 달했으며, 같은 기간 손목 뒤틀림·청각 손상 등 업무상 재해로 승인된 민원 공무원 산재도 142건으로 집계됐다.
하동군은 하반기부터 ARS 초기 안내 멘트에 ‘욕설 시 녹음, 폭행 시 고발’ 문구를 지역 사투리 버전과 표준어 버전 두 가지로 제공하고 통화 종료 뒤 자동으로 민원 안내 문자(QR식 추적 번호 포함)를 발송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군 예산 1억 2,000만 원을 들여 심리 회복 프로그램 ‘마음 회복 주치의 프로젝트’를 신설해 악성 민원 노출 직원에게 심리 상담·트라우마 극복 치료·맞춤형 휴가를 연계하기로 했다.
이상근 군수는 “악성 민원은 대다수 정상 민원의 처리 속도를 늦추고 행정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조례 개정을 시작으로 ‘무관용 원칙’을 지역 사회에 뿌리내려 군민과 공무원이 서로 존중하는 민원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