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가 1일 진영역사공원에서 현대조각 거장 김영원 작가의 대표작 ‘그림자의 그림자: 바라보다’ 제막식을 열며 고향을 예술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첫 단추를 끼웠다.
높이 3 m, 청동과 스테인리스의 복합 재료로 완성된 작품은 인간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분열·복제돼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작가의 철학을 형상화했다. 파편화된 인체 일부가 원을 이루며 스스로의 그림자를 응시하는 모습은 “존재의 연속성을 조각적 언어로 번역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김영원 작가는 진영읍 한얼중·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조소과를 거쳐 프랑스 파리에서 수학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했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설치된 20 m 높이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파리 퐁피두센터·도쿄 모리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이번 제막식에서 그는 “제 예술의 출발점은 진영”이라며 “중학 시절 미술 교사가 건넨 석고상을 본 것이 조각 인생의 시작”이라고 회고했다. 작가는 행사 뒤 모교를 찾아 후배들에게 “창작은 고향의 기억을 재료 삼아야 깊어진다”는 내용으로 진로 특강도 진행했다.
김영원은 고향에 대한 감사로 2022년부터 조각 165점·회화 93점·드로잉 25점 등 총 258점(추정 감정가 130억 원)을 김해시에 무상 기증했다.
기증품에는 파리 시절 제작한 초기 실험작과 광화문 동상 1:10 모형, 최근 AI·증강현실을 결합한 디지털 조각까지 포함돼 작가 50년 궤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시는 문화재청 지침에 따라 감정평가·보존처리·DB 구축을 완료했고, 이 자료가 2026년 개관 예정인 김해시립 김영원미술관 상설 컬렉션의 기초가 된다.
김영원미술관은 김해종합운동장 부지 7,100 ㎡에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4,200 ㎡ 규모로 건립된다. 1층은 대형 조각 전시관, 2층은 회화·드로잉 아카이브, 3층은 ‘공공조각 랩(LAB)’으로 구성된다. 랩에서는 시민·학생이 3D 프린터로 소형 조각을 제작하고, 작품을 AR 앱으로 운동장 전체에 배치해 보는 체험이 가능하다. 김해시는 설계 공모에 ‘도시와 예술의 경계가 없다’는 콘셉트를 제시했다.
이 미술관은 김해시가 추진하는 ‘올 시티 미술관(All City Museum)’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는 가야문화권 유적·도심 공원·골목길을 하나의 전시장처럼 잇고, 시민 일상을 작품 동선에 편입시켜 “도시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봉황동 유적지에 가야문화 공공조각 12점을 설치했고, 연지공원·해반천 수변길에 조명 설치형 미디어아트를 시범 운영 중이다. 시 관광문화국은 “김영원미술관이 문을 열면 원도심·진영·운동장 권역을 연결하는 삼각형 예술 벨트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중형 미술관 하나가 조성될 경우 연 60억 원 생산 유발, 90명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한다. 시는 김영원미술관 개관 첫해 관람객 28만 명, 부대 소비 45억 원을 전망하며 KTX 진영역·김해공항을 잇는 ‘미술관 셔틀’ 계획도 검토 중이다.
교육·교류 기능은 이미 가동됐다. 올해 9월부터 ‘김영원 주니어 아틀리에’ 프로그램이 한얼중·고에서 시범 운영돼 학생들이 작가가 기증한 석고 데생 도판으로 생명 조각 워크숍을 진행한다. 내년부터는 전국 미술전공 대학생 30명을 선발해 김해 연수를 운영, 작가와 멘토 교수진이 공공조각 설계부터 설치까지 지도한다. 김해시는 이를 통해 청년 예술인 정착률을 5년 내 20 %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해시 관계자는 “김영원 작가의 대규모 기증은 문화도시 김해의 미래와 맞물린 동행”이라며 “미술관 건립과 올 시티 미술관 조성으로 시민 일상을 예술의 언어로 번역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작가는 “내 작품이 고향의 공기와 만나 새로운 해석을 얻길 바란다”며 “개관 때까지 후속 기증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출처표기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