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 대상에 「산모 중증장애」를 새롭게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기존 신생아 뇌성마비·사망, 산모 사망에서 확대된 것이다. 의료진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발생한 사고에 최대 1억5000만원이 지급되며, 재원은 2023년 12월부터 국가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형사 처벌 부담으로 산부인과를 떠나는 의료진을 붙잡고 산모 권익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의료 진단] 분만사고 보상 확대, 산부인과 생태계 복원의 첫걸음일까](https://storage.googleapis.com/pressdata-media/gyeongnampost/1787443949166-esis5t.jpg)
문제는 이 정책이 무너지는 산부인과 생태계를 실제로 복원할 수 있느냐다.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산부인과는 41명 모집에 35명이 지원해 85.4% 지원율을 기록했지만, 21개 대학병원 중 11곳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건양대병원·경북대병원·삼성창원병원 등 지역 거점병원들이 포함됐다. 작년 상반기에는 188명 모집에 단 1명만 지원하는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보상 확대만으로는 이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불가항력 보상 체계가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안전망이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심사 기준을 구체화하고 예산 규모를 재산정해야 한다.
보상 심사 과정의 투명성도 불명확하다. 보상심의위원회가 의료사고 감정을 거쳐 심의한다는 절차만 알려졌을 뿐, 「불가항력」과 「과실」의 경계를 어떤 기준으로 판정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의료진이 형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보상 확대는 피해자 구제에는 도움이 되지만 의료진 이탈 방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올해 관련 예산은 17억9300만원에 불과하다. 산모 중증장애는 개별 보상액이 1억원을 넘을 수 있는데, 연간 몇 건만 발생해도 예산이 바닥날 규모다.
보상 확대와 함께 분만 수가 현실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의료기관 경영은 더욱 악화된다. 정부는 지난 6월 25일 고위험 분만 수가 인상과 환자 본인부담 제로화, 4000억원 규모 지역우대수가 신설을 발표했지만, 개원가에서는 여전히 「분만 한 건당 적자」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배상보험 지원 사업도 전공의 1인당 연 25만원 수준으로, 실제 분만 현장의 위험 부담을 상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보상만 늘리고 수익 구조는 방치하면 의료기관은 아예 분만 진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는 내년 5월부터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전반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불가항력 보상 체계가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안전망이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심사 기준을 구체화하고 예산 규모를 재산정해야 한다. 동시에 분만 수가를 대폭 인상하고, 산부인과 전공의에 대한 장기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 「보상」과 「수익」과 「인력」이라는 세 축을 함께 세워야 한다. 첫걸음을 뗐다면, 이제 그 뒤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 구체적 로드맵을 보여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