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중국의 '996 노동제'(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 근무)를 언급하며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 52시간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 장관은 충칭의 한 IT 기업에서 996 제도 도입을 두고 '그렇게만 일해서 어떻게 경쟁하겠느냐'며 종업원들이 자정까지 일하는 시스템을 요구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 발언은 청년 세대와 야권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정부 고위 관료의 장시간 노동 옹호 발언이 청년 세대의 일·생활 균형 요구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청년 리포트] 996 노동제 옹호, 청년 세대와의 소통 단절 드러내](https://storage.googleapis.com/pressdata-media/gyeongnampost/1787139076246-48xkjh.jpg)
문제는 김 장관이 예시로 든 996 노동제가 중국에서조차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2021년 중국 최고인민법원과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996 노동제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과로사를 초래하는 반인권적 관행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의 노동시간 역시 여전히 장시간 노동 국가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연평균 노동시간은 1,833시간으로 OECD 평균(1,736시간)보다 97시간이나 많다. 독일(1,332시간), 덴마크(1,369시간)와 비교하면 연간 400~500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주 5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자 비율도 17.7%로 OECD 평균(12.9%)을 웃돈다.
경쟁력 강화는 장시간 노동이 아니라 혁신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지속 가능한 노동 환경에서 나온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더 큰 문제는 장시간 노동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5.2달러로 주요 7개국(G7) 평균인 80.2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일은 오래 하는데 단위시간당 성과는 낮다는 뜻이다. 이는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증거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주장은 논리적 근거가 약하다. 오히려 적정 노동시간 내에서 혁신과 효율을 높이는 방향이 선진국형 전략이다.
청년 세대의 인식과도 동떨어진 것이 분명하다. 통계청의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로 보수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 44.4%로 가장 높았다. 청년들은 장시간 노동을 미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며, 근로여건이 맞지 않으면 이직을 선택한다. 고용노동부가 6월 30일 발표한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도 인력 부족 해소 방안으로 '재직자의 근로시간 확대'를 선택한 비율은 11.5%로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조차 장시간 노동보다 다른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실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인 1,700시간대로 낮춘다는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주 4.5일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그런데 산업통상부 장관이 996 노동제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며 주 52시간제 완화를 주장한 것은 정부 정책과의 일관성에 의문을 던진다. 국회가 올해 1월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도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삭제한 것은 장시간 노동 완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신호였다.
정부 고위 관료의 노동 인식은 청년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다. 996 노동제를 옹호하는 발언은 청년 세대에게 '정부가 우리의 삶의 질보다 경제 논리를 우선한다'는 메시지로 전달된다. 경쟁력 강화는 장시간 노동이 아니라 혁신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지속 가능한 노동 환경에서 나온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청년 세대와 소통하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발언은 정책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정부는 장시간 노동 미화가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