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8월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기업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한도 없이 전액 비과세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출산장려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의 출산축하금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충북 보은군은 올해부터 첫째 200만 원에서 다섯째 이상 2,000만 원까지 차등 지급하고, 세종시는 12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하지만 이 같은 경쟁이 과연 출생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 출산축하금 경쟁, 용기 있는 거절이 필요하다](https://storage.googleapis.com/pressdata-media/gyeongnampost/1787227147395-km1tjh.jpg)
출산축하금의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 결과는 부정적이다. 서울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석호원, 2011)는 출산장려금 정책이 합계출산율과 출생아수, 혼인율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전국 181개 지자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제적 지원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25년 연구에서 임신과 출산처럼 생애 전반의 소득·소비 흐름을 고려해야 하는 의사결정은 단기적이고 소규모의 무조건 현금지원만으로는 변화시키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했다. 2022년 같은 기관의 연구는 출산지원금 효과가 지역별로 상이하며 특정 지역에서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보인다는 결과를 내놨다. 효과가 없다는 증거는 충분하다.
효과 없는 정책에 용기 있게 제동을 거는 지자체장이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검증된 무용론에도 지자체들이 출산축하금은 물론 각종 민생지원금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26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7.3%로 전년 대비 1.3%포인트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재정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효과도 불분명한 정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은 무책임하다. 2024년 기준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 43.3%를 넘는 광역자치단체는 서울·세종·경기 등 7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역은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은데도 주민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재정자립도 10% 미만인 기초자치단체들마저 의회 의결을 거쳐 민생지원금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집행에 들어갔다. 옆 지역이 주니까 우리도 준다는 식의 포퓰리즘 경쟁은 재정 파탄을 자초하는 행태다.
출산율 제고는 현금 지급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석호원의 연구는 소득수준, 보육시설 수준, 의료시설 수준 등이 출산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6년 2월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13.6% 증가해 합계출산율이 0.93명을 기록했지만, 이는 국가 차원의 첫만남이용권(첫째 200만 원, 둘째 이상 300만 원), 부모급여(0세 월 100만 원), 아동수당(2026년 만 9세 미만) 등 종합적 지원책이 맞물린 결과다. 일회성 축하금보다 지속 가능한 보육·주거·일자리 인프라 구축이 더 시급하다.
지자체들은 이제 용기 있는 거절을 선택해야 한다. 옆 지역이 1,000만 원을 준다고 해서 우리도 2,000만 원을 줘야 한다는 식의 현금성 지원 경쟁은 재정 파탄만 앞당길 뿐이다. 대신 보육시설 확충, 청년 일자리 창출, 주거비 경감 등 출산 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박은순·하태수(2018)의 연구가 지적했듯, 출산장려금 제도가 인구증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지자체들이 폭넓게 채택한 현상 자체가 정책 실패의 증거다.
9월 정기국회에서 세제개편안이 확정되면 기업의 출산지원금도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저출생 위기가 해소되리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지자체 단위에서라도 검증되지 않은 현금성 지원을 줄이고, 그 재원으로 젊은 세대가 체감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출산축하금이든 민생지원금이든, 액수 경쟁이 아니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경쟁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다. 효과 없는 정책에 용기 있게 제동을 거는 지자체장이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