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난 7일 경기도의회에서 원폭 피해 81주년 추모식을 개최했다. 추미애 도지사와 도내 원폭피해자·후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카자흐스탄과 미국 원주민 지역의 핵 피해자들이 국경과 세대를 넘은 핵 피해 현황을 증언했다.

경기도가 원폭피해 81주년 추모식을 개최하고 카자흐스탄·미국 원주민 지역의 핵 피해자들이 국제 증언대회에서 국경을 넘은 핵 피해를 증언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원폭피해 81주년 추모식을 개최하고 카자흐스탄·미국 원주민 지역의 핵 피해자들이 국제 증언대회에서 국경을 넘은 핵 피해를 증언했다. (경기도 제공)

추모식에는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서울지부 정정웅 지부장, 박상복 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추미애 지사는 대표 헌화와 표창 수여, 추모사를 통해 원폭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오랜 고통을 안고 살아온 피해자와 후손들을 위로했다.

추미애 지사는 "이웃 일본은 원폭 피해자분들께 빚진 마음을 갖기는커녕 핵을 반입하지도, 보유하지도, 내보내지도 않겠다는 비핵 3원칙도 지키지 않으려고 한다"며 "피해자들이 빛이 될 수 있도록, 핵 없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더욱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억의 빛, 평화의 길"을 주제로 한 추모식이 유족을 위로하는 자리를 넘어 "피해자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각오를 다지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행사에는 새롭게 국제 피폭자 증언대회가 마련됐다. 카자흐스탄 핵실험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마이라 아베노바와 미국 아코마푸에블로 원주민 출신 페투체 길버트 세계원주민협회장이 핵실험과 핵산업의 피해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원폭피해 2세대인 아베노바는 옛 소련이 1949년부터 1989년까지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에서 456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했으며, 이 중 116차례는 대기 중에서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험장 인근 주민과 후손들이 암과 선천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며, "우리의 피가 아이들에게 이어질까 두렵다"는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길버트 회장은 미국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과 핵무기 연구시설이 원주민의 땅에 들어선 후 우라늄 채굴과 방사성 폐기물로 토양과 하천, 지하수가 오염됐다고 증언했다. 나바호 보호구역에 500개가 넘는 폐우라늄 광산이 방치됐고, 아코마와 라구나 원주민 지역에도 약 100개의 폐광과 5개의 우라늄 제련시설이 남아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증언자는 핵 피해가 과거의 특정 사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제이며, 국제사회의 연대를 촉구했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 당시 우리 국민도 피해를 입었고, 귀국한 생존자와 후손들은 지금도 후유증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국 원폭 피해자 약 8,500명(1~3세대 포함) 중 약 1,000명이 경기도에 거주 중이며, 이 중 약 130명이 1세대 피해자다.

경기도는 추모를 넘어 실질적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2022년 전국 최초로 도내 원폭피해자 1세대에게 생활지원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도립 휴양림과 문화시설 이용료·주차료를 감면해주고 있다. 경기도의료원 6개소와 올해 8월부터는 평택 소재 PMC박병원과 협력해 원폭피해자와 자녀, 손자녀에게 진료비·종합검진비·입원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행사장 로비에서는 원폭 피해 현장과 강제징용 관련 재판 기록을 담은 추모전시회도 열려 당시 피해 상황을 사진과 기록으로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