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상태에 대해 '비상 상황'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추 지사는 지금 조치를 하지 않으면 2~3년 뒤 또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업무추진비 삭감, 낭비성 예산 차단, 조직 재정비, 제도 개선 등 4대 재정 정상화 방안도 발표했다.

추 지사는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경기도의 재정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두고 과장이나 명분 쌓기 아니냐는 오해가 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금 경기도는 새로운 공약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이미 진행 중인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민선8기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당수 민생사업과 필수사업의 올해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다"며 "취임 직후에야 이 중대한 사실과 구체적인 재정 실상을 보고받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재정상황에 대한 공유가 없고, 심각성마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이어 "시간이 흐른다고 경기도 재정 상황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불과 2~3년 뒤에는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또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재정을 바로 세우고 도민의 삶과 경기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 선언 취지를 설명했다.
경기도의 재정 위기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2025년 경기도는 20년 만에 총 3차례에 걸쳐 약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으며, 이는 지방채 발행 한도 9,460억 원의 99.6%에 해당한다. 여기에 지난해 5월 개정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활용해 각종 기금 5,588억 원을 일반회계로 전환했다. 남북협력기금 384억 원 중 340억 원을 소진한 것이다. 그럼에도 올해 예산을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
경기도 재정 악화의 근본 원인은 세입 구조의 불안정성에 있다. 경기도는 서울시와 달리 지방소득세가 없는 데다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불교부단체로 지정되어 있다. 전체 도세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 거래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 취득세에 의존하고 있는데, 실제 2022년 약 11조 원에 달했던 경기도 취득세 수입은 올해 8조 원 수준으로 줄어 약 30% 감소했다. 정부의 신도시 정책도 악재다. 공공임대주택 비율 확대와 LH 직접개발 방식으로 인해 3기 신도시로부터 기대하던 취득세 수입은 당초 6,500억 원에서 2,300억 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신도시 개발에 따른 교통·소방·기반시설 확충 비용은 경기도가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
지출 측면의 압박도 가중된다. 경기도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49%에 달하며, 증가세가 계속되면 60%에 이를 수 있다. 2022년 이후 경기도의 전체 인구가 약 30만 명 증가한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약 60만 명, 즉 2배 증가했다. 경기도의 고령인구 증가율은 최근 5년간 연평균 6.8%로 전국 평균 5.4%보다 높다.
추 지사가 발표한 4대 재정 정상화 방안은 지출 구조 개혁과 세입 구조 개혁을 동시에 추진한다. 첫째, 도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업무추진비 등 경비를 감액하고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즉각 시행한다. 둘째, 일회성·선심성 행사, 불요불급한 사업을 중단하고 관행적 연구용역과 민간위탁사업을 재평가한다. 셋째, 참모조직을 재정비하고 실·국과 공공기관의 조직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한다. 넷째, 지방소비세 확충과 기업 유치에 따른 세수의 합리적 배분, 국고보조사업의 과도한 지방비 부담 개선 등 제도개혁에 나선다. 추 지사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