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시 성산구 대상공원에 조성된 ‘맘스 프리존’이 완공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운영 방향조차 정하지 못한 채 텅 빈 건물로 남아 있다. 창원시가 10월 말까지 활용 계획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며 ‘속 빈 강정 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맘스 프리존은 원래 부모를 위한 휴식·학습·놀이·문화 복합공간으로 기획됐다. 이름처럼 보호자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가 지난 9월 민간사업자로부터 기부채납을 받고도 구체적인 운영계획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220억 원이 투입된 건물이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시가 구성한 시민·전문가 협의체는 세 차례 회의를 열어 활용 방향을 논의했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회의에서는 △이용 주체를 부모로 한정하는 기존 명칭의 한계 △주변 시설과의 연계성 확대 △용도 변경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한 위원은 “이름부터 ‘맘스 프리존’이라 하니 마치 사설 키즈카페처럼 느껴진다”며 “폭넓은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으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상공원은 창원종합운동장, 수영장, 체육관, 경륜장, 학교, 도서관 등과 인접해 있다. 협의체에서는 이들과 연계한 스포츠·문화 복합공간으로의 전환 제안도 나왔지만, 논의는 구체화되지 못했다.
창원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4일 “협의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아직 용도를 확정하지는 못했다”며 “시민 공모나 민간 제안 방식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연말 개관 목표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의 이런 대응에 대해 ‘도시 철학 부재’라는 비판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도시 공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빠진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이재호 국립창원대 산업디자인학과 조교수는 “맘스 프리존이 방치되는 근본 원인은 부서 간 협업 부재와 공공성 인식 부족에 있다”며 “관련 부서가 한 공간에서 상시 협의할 수 있는 통합 사무실을 두고, 시민을 위한 공공공간으로서 운영 방안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태화 창원시의회 의장도 지난달 31일 시정질문을 통해 “현재 일정대로라면 용역, 설계, 예산 확보 등 모든 절차가 어긋나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시의 종합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때 시민들의 기대 속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쉬는 공간’으로 조성된 맘스 프리존은 지금, 불이 꺼진 채 공원 한켠에 덩그러니 서 있다. 도시의 미래를 설계한다던 행정이 ‘졸속 추진의 상징’으로 전락한 현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