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은은 지난 7·8·10월에 이어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앞서 조선비즈가 국내 증권사 거시·채권 담당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원이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바 있어 시장 전망과도 일치한 결정이다.
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물가 상승률이 다소 높아진 가운데 성장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과 관련해 한은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물가 흐름, 금융 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완화적 전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실제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최근 물가 흐름을 이전보다 더 부담스럽게 평가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으나, 이번에는 “물가 상승률은 예상보다 다소 높아진 상황”이라고 표현을 바꿨다. 이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종전 2.0%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시중 유동성을 늘려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물가 전망 상향은 곧 당분간 금리 인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은은 물가 상승 배경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과 내수 회복 등을 지목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중순 1300원대에서 꾸준히 오르며 최근 1470원을 넘어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구두 개입과 국민연금 해외투자 조정 가능성 시사 등으로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환율과 대외 금리 환경도 한은의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4.00% 수준으로, 한국과의 금리 차가 이미 상당 부분 벌어진 상태다. 이 상황에서 한국이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경우 한·미 금리 차 확대로 외국인 자금이 미국 등으로 유출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 증가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 시장도 변수다. 금리 인하는 가계 이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부동산 투자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KB부동산 집계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72% 상승해, 2020년 9월(2%) 이후 5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정부가 6·27, 9·7, 10·15 등 잇따라 부동산 대책을 내놨음에도 주택 가격이 뚜렷하게 안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가계부채도 2분기에 24조6000억원, 3분기에 14조9000억원 각각 증가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종합하면, 한국은행은 ▲예상보다 높아진 물가 ▲원·달러 환율 상승 및 미·한 금리 차 확대 우려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부담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현 수준 유지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은이 공식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언급한 만큼, 향후 물가와 경기, 금융시장 흐름에 따라 내년 중 통화정책 기조 변화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