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의 진해조선소 (k조선 제공)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된 상선이 처음으로 미국 국적을 달고 인도될 전망이다.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과 품질 관리 능력이 미국 선급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면서,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선박의 위상이 다시 한번 입증되고 있다.

6일 경남 창원 진해구에 위치한 K조선 진해조선소에는 대형 크레인과 용접 불빛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내년 초 미국 국적을 달고 인도될 5만DWT급 MR탱커(중형유조선) 2척의 본격적인 건조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선박은 그리스 해운사 스틸십스(Steelships)의 미국 현지 자회사를 통해 발주된 것으로, 미국선급협회(ABS)감독관이 상주하며 미 해양안전 규격에 맞춘 공정을 꼼꼼히 검증하고 있다.

케이조선 관계자는 “국내 조선소가 미국 국기를 단 상선을 직접 건조해 인도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한미 조선 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산 선박이 미국 기국(旗國) 선박으로 등록되는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미국 상선 확대 정책’과 맞물려 의미가 더욱 크다. 미국은 해상 물류 자립과 해운 안보를 이유로 상선 국적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 조선기술의 경쟁력이 선택받은 셈이다.

현장을 찾은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조선 3사뿐 아니라 케이조선 같은 중견 조선소까지 한미 협력의 기회를 얻고 있다”며 “미국의 ‘존스법’(Jones Act) 완화 논의가 구체화되면 한국 조선소의 미국향 발주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스법’은 미국 내 해상 운송을 미국 건조·미국 선원·미국 선사에 한정하는 보호 규정으로, 최근 미국 내에서는 상선분야 만이라도 해외건조를 허용하자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케이조선 사례가 그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원 진해조선소 현장은 현재 도장·선체 블록 조립이 한창이다. 2027년 초 두 척의 유조선이 완성돼 태평양을 건너 미국 항만에서 성조기를 달고 취항하는 순간, 한국 조선 산업은 또 한 번 새로운 역사적 장면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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