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특례시가 지역사랑상품권 ‘누비전’의 2026년 발행 목표를 5,000억 원으로 잡고 대폭 확대에 나선다. 겉으로는 골목상권 활성화와 시민 혜택 확대를 내세우지만, 정책 남발과 재정 의존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창원시에 따르면 올해 누비전 발행액은 12월 발행 예정분 46억 7,000만 원을 포함해 총 1,515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약 990억 원에서 53% 증가한 규모로, 주민등록 인구 기준 1인당 발행액도 9만 9,000원에서 15만 2,000원으로 한 해 사이 5만 원 이상 늘었다. 단기간에 상당한 규모의 상품권이 풀린 셈이다.

창원특례시는 창원사랑상품권 ‘누비전’의 2026년 발행 목표를 올해보다 대폭 확대된 5,000억 원으로 잡고 골목상권 활성화와 시민 혜택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창원특례시 제공)
창원특례시는 창원사랑상품권 ‘누비전’의 2026년 발행 목표를 올해보다 대폭 확대된 5,000억 원으로 잡고 골목상권 활성화와 시민 혜택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창원특례시 제공)

시는 내년부터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국비 지원이 ‘의무화’되면서 국비 보조액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를 발행 확대의 근거로 삼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1조 1,500억 원을 반영하고, 국비 지원율을 수도권 3%, 비수도권 5%로 차등 편성했다. 창원시는 2024년 국비 지원율이 2%에 그쳤고 올해는 5월부터 2%, 9월부터 8%로 올라간 점을 강조하며 “발행 확대 여건이 마련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비 지원 확대를 ‘발행 확대 명분’으로 삼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다. 지역화폐는 기본적으로 할인율과 인센티브를 세금으로 메우는 구조인데, 발행액이 커질수록 지방비와 국비 부담도 함께 확대된다. 장기적인 자영업 구조 개선이나 산업 경쟁력 강화보다는 단기적인 소비 부양에 재정을 쏟아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창원시는 2026년 누비전 발행 규모를 5,000억 원까지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할인율과 개인별 구매 한도 상향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느 수준까지 할인·한도를 늘릴지,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과 행정비용 규모는 이번 발표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발행 규모만 커지고, 정작 누비전이 실제로 지역 내 ‘추가 소비’를 얼마나 유도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데이터는 찾아보기 어렵다.

창원시는 이번 국비 지원 의무화를 기반으로 2026년 누비전 발행 규모를 5,000억 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으며 할인율과 구매 한도 상향도 검토해 시민 체감 혜택을 강화할 계획이다.(창원특례시 제공)
창원시는 이번 국비 지원 의무화를 기반으로 2026년 누비전 발행 규모를 5,000억 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으며 할인율과 구매 한도 상향도 검토해 시민 체감 혜택을 강화할 계획이다.(창원특례시 제공)

지역화폐 정책을 둘러싼 전국적인 논쟁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이 기존 소비를 상품권으로 대체하는 데 그치고, 대형 점포·프랜차이즈로의 매출 쏠림을 키웠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그렇다면 창원에서 예정된 5,000억 원 규모 확대가 골목상권에 얼마나 집중되고, 어떤 업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에 대한 분석과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창원시는 이번 계획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고 있다. 박진열 창원시 경제일자리국장은 “누비전은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지역경제 선순환을 견인하는 핵심 정책 수단”이라며 “발행 확대를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혜택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핵심 정책 수단’이라는 표현에 걸맞은 효과 검증과 정책 평가, 그리고 향후 출구전략까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결국 관건은 숫자 확대가 아니라 효율성 검증이다. 5,000억 원이라는 대규모 발행 목표가 단순히 “많이 풀겠다”는 선언에 그칠지, 아니면 재정 부담·형평성·실효성을 모두 따진 정교한 설계 위에서 추진될지에 따라 지역경제에 남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