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계천에서 덕천강으로 합류되는 지점에서 범람이 발생했다. 덕천강과 양천강은 수량이 많고 범람 위험이 높은 하천인 만큼, 국가하천으로의 승격이 필요하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23일 하동군 옥종면 병천리 제방 붕괴 현장을 찾아 극심한 호우 피해를 점검하며 항구적 대책을 주문했다. 옥종면에는 16~19일 나흘 동안 646㎜의 집중호우가 쏟아졌고 상류 산청지역 유량까지 합류해 덕천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 제방 약200 m가 유실됐다. 이 때문에 농경지 16㏊와 비닐하우스 50동, 주택 2동이 물에 잠겼다.현재 현장에는 굴삭기 4대가 투입돼 모래마대를 쌓는 응급복구가 진행 중이며, 도는 제방 재설계와 하상 정비를 포함한 항구 복구 설계용역을 이달 말 발주할 계획이다.
피해는 농업 분야에서도 컸다. 호계천 인근 딸기 육묘 하우스 9동(0.8㏊)이 침수돼 약 18만 주의 모종이 폐기 처분 위기에 놓였다. 모종 단가가 주당 150원 안팎이어서 농가 피해액은 시설 손실을 제외하고도 2억 7천만 원에 달한다.
박 지사는 “딸기 모종 피해는 보상이 되지 않는 사각지대인 만큼, 중앙부처에 지원을 건의하고 추가 조사에 따른 도 차원의 예비비 지원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하우스 시설 피해와 농작물 피해를 구분 조사해 도와 정부가 각각 지원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라”고 강조했다. 전국 딸기 생산량의 40 %를 차지하는 경남권은 이번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겨울철 딸기 수급 불안이 현실화될 수 있어, 하동군은 전국에서 긴급 육묘 20만 주를 수배하고 있다.

도는 지방하천인 덕천강·양천강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면 국비로 제방 보강과 준설이 가능해져 반복 침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천법상 유역면적 200㎢ 이상 또는 범람지역 인구 1만 명 이상이면 승격이 가능하다. 환경부는 최근 웅천천 등 5개 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해 정비계획을 추진 중이며, 승격 후 제방 축제·퇴적토 제거 등 정비사업에 국비 80억 원을 투입했다. 경남연구원은 덕천강 유역이 263㎢, 범람 구역 인구가 1만 2천 명 이상으로 승격 요건을 충족한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옥종·청암·화개·악양·적량 5개 면 주민들은 이번 수해가 지방 재정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을 요구했다. 도는 피해 조사 내용을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입력해 공공시설은 7월 27일, 사유시설은 7월 30일까지 최종 집계한 뒤 행정안전부에 지원을 요청할 예정이다. NDMS 입력이 완료돼야 구호비·재난지원금·농업경영회생자금이 지급되므로, 시·군 공무원과 봉사단체 8,900여 명이 투입돼 밤샘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현재 경남 전체 공공시설 피해 966곳 중 507곳(52.5 %)의 응급복구가 끝났고, 도로는 91.8 %가 복구돼 통행이 재개됐다. 정전은 99 % 이상, 이동통신 중계기는 95.3 %가 복구됐으며 급수차 24대가 단수 지역에 긴급 급수를 시행 중이다. 군부대 1,159명·소방 2,465명·경찰 1,375명 등 민·관·군·경 합동체계도 가동돼 복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하천 관리 인력과 예산 한계를 지적하며 “국가하천 승격이 홍수 예방과 유지 보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딸기 육묘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오는 12월 도매가격이 20 % 이상 급등할 수 있다”는 경남농업기술원 전망도 나왔다.
박 지사는 이날 수해 현장 점검을 마친 뒤 지난 봄 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산청군 시천면 상지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고통을 덜 수 있도록 도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