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충청남도지사가 전임 도정의 '힘쎈충남' 간판과 도청 집기를 그대로 사용하며 도정 계승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민선 9기 '통하는 충남'으로 출범한 지 보름이 다 되고 있지만, 도청 북측 지하주차장 입구와 내포신도시 버스 정류소, 홍북터널 등 주요 지점에 설치된 72개 도정 비전 간판 중 7개가 여전히 민선 8기의 비전을 담고 있다.

박수현 충청남도지사가 전임 도정의 비전 간판과 집기를 그대로 사용하며 도정 계승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상남도 제공)

이는 새 도정이 출범할 때 기존 간판을 야간에 교체하던 관례와 비교해 극히 이례적인 모습이다. 박 지사는 인수위 보고에서 "힘쎈충남 대한민국의 힘, 좋은 문구 아니냐"며 간판 교체를 최소화하고 기존 입체 간판은 그대로 두기로 밝혔다. 이어 지난 1일 취임사에서 "1995년부터 시작된 민선 충남도정은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양승조 38대 지사의 '복지충남'과 투자를 이끌어낸 김태흠 39대 지사의 '힘쎈충남'으로 이어졌다"며 "지난 도정의 역사는 모두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저 또한 지난 도정들을 계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임 도정 계승 의지는 도청 집기에서도 드러난다. 박 지사는 집무실·접견실·휴게실 책상과 회의 테이블, 의자 등 집기 2개를 뺀 모든 물품을 물려받아 사용 중이다. 2012년 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할 때 일괄 구입한 뒤 13년 6개월 이상 정비·수리해온 이 집기들은 현재 63개가 배치돼 있으며, 민선 7·8기 동안 추가 구매한 26개와 함께 활용 중이다. 수많은 인사들이 사용하며 발생한 파손은 도지사 장기 출장을 이용해 수리하고 있다.

도지사 공용차인 '1호차'도 2018년 7월 등록한 승용차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기존 '힘쎈충남' 인쇄본 도정신문 포장 비닐도 폐기하지 않고 2개월여 동안 사용할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전임 도지사의 비전 간판을 당장 없애지 않은 것은 충청의 넉넉함과 도정 계승 의지를, 집기를 교체하지 않은 것은 과거 '형님'의 물건을 '동생'이 물려받아 사용하던 따뜻한 미풍양속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판 철거·재설치에는 수억 원이 소요되고, 기관 상징(CI) 교체까지 합하면 30억 원 안팎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통하는 충남은 이 같은 계승을 선택해 큰 예산 절감 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