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6개월째 동결했음에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국채 금리가 급등한 영향으로, 당분간 주담대 금리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5년 단위 주기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를연 4.15%로책정했다. 지난달 27일(연3.75%) 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최저·최고 금리가 각각 0.4%포인트씩 올랐다. 국민은행의 현재 주담대 금리는 작년 10월 18일(4.15~5.55%) 이후 약 13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다른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은행은 5년 고정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주담대 최저금리를 이날 연 4.01%로 책정했다. 혼합형 주담대 최저금리가 연 4%를 넘어선 것은 2023년 11월 29일(연 4.04%) 이후 2년 만이다.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3.5%로, 금리 인하 흐름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신한은행의 주기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지난 25일 연 4.0%를 기록해 올 1월 3일(연 4.0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카카오뱅크의 주기형 주담대 최저금리도 9월 26일 연 3.37%에서 이날 연 4.02%로 약 두 달 새 0.65%포인트 상승했다.

 

정부가 은행권에 가산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압박하는 가운데도 주담대 금리가 오르는 것은, 주담대의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8월 27일 연 2.819%에서 이달 26일 연 3.342%로 약 0.5%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채 금리 상승 배경에는 국채 금리 상승 등 국내 정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도 728조원 규모의 예산안 편성과 이에 따른 약 110조원 수준의 적자국채 발행 전망이 대표적인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국채 금리에 상승 압력이 가해지고, 이는 다시 은행채와 시장금리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8월 28일 연 2.815%에서 11월 26일 연 3.251%로 0.43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최근 증시 상승으로 예·적금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린 점도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점도 시장금리 상방 압력 요인으로 꼽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통화정책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기조 유지’ 관련 문구를 삭제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이 겹치면서,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시중 주담대 금리는 다시 4%대 중·후반으로 올라선 상황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채권시장 흐름과 추가 재정·통화 정책 방향에 따라 주담대 금리가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