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한 증권가의 전광판에 종합주가지수가 표기돼어 있다(인터넷뉴스 캡처본)

새해 들어 코스피가 11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5천 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오를 만큼 올랐다”는 기대와 함께 “너무 빠르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반도체와 대형주 중심의 급등이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 쏠림과 변동성이라는 불안 요인이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6월 3천 선을 돌파한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4천 고지를 넘겼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6일 4천500선을 지나 4천800선까지 단숨에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는 “전례 없는 속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급등의 중심에는 반도체주가 있다. AI(인공지능) 수요 확대 기대감 속에 SK하이닉스 주가는 6개월 만에 155% 급등했고,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130% 가까이 올랐다. 두 기업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를 넘어섰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한 관계자는 “지수가 오르는 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제로는 몇몇 대형주가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며 “구조적으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6월 부터 상승세를 유지하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인터넷자료)

현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둔화 가능성도 변수로 거론된다.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는 있지만, 예상보다 성장 속도가 늦어지거나 가격·수요에 차질이 생길 경우 지수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발 통상 변수도 부담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수입됐다가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추가 관세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도체에 대한 25% 관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한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경우, 수출 주도 업종인 반도체 주가는 상승 폭이 제한되거나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주 쏠림 현상은 시장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코스닥을 포함한 전체 상장사 약 2천800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천500여 개 기업의 주가는 올해 들어 오히려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체감 온도는 지수 상승과 거리가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만난 개인 투자자 이모 씨는 “항공주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68%까지 났다”며 “결국 손절하고 삼성전자로 옮겨서 겨우 본전만 맞췄다”고 씁쓸해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가능성과 함께 고환율에 따른 환차손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경우, 증시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수 5천 돌파 기대감은 유효하지만, 지금은 ‘속도 조절’이 필요한 구간”이라며 “종목과 업종 간 온도 차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