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에서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제한 방침을 내놨다. 내년 1월부터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하고 임대하면서 본인과 배우자 모두 실거주 이력이 없는 경우 전세대출 신규 취급과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투기 목적 대출을 걸러내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규제 설계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경제 진단] 비거주 전세대출 조이기, 실수요까지 옥죄는 졸속

가장 큰 문제는 「하루 거주」만으로도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보유 주택에 하루라도 실거주했다면 비거주 1주택자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며, 금융당국조차 「그 정도까지 한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은 거주 이력만 확인할 뿐 위장전입 여부까지 조사하지 않는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던 규제가 형식적 거주 이력 조작으로 무력화될 수 있는 구조다.

지금처럼 하루 거주로 우회 가능하고 예외 판단을 은행에 떠넘기는 식으로는 투기 수요는 빠져나가고 실수요만 옥죄는 역설이 반복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금융당국은 예외 판단을 개별 은행의 여신심사위원회에 떠넘겼다. 근무지 변경이나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를 인정하겠다지만, 그 기준은 모호하고 판단 책임은 고스란히 은행 몫이다. 금융당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행들은 부실 심사 책임을 피하기 위해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을 사실상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 8·13 대책 발표 이후 은행 창구에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이 규제가 겨냥한 대상 규모는 금융감독원 자료 기준 올해 3월 말 현재 4조9000억원, 약 6만 건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작 전세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서울 전세가 상승률을 4.7%로 전망했고, KB전세수급지수는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입주 물량 감소와 갭투자 위축으로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실거주 목적 전세 수요까지 대출 문턱을 높이면 전세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투기 억제와 실수요 보호는 양립 가능한 목표다. 하지만 그러려면 최소 거주 기간 설정, 임대 목적 소명 의무화, 주택 보유 기간과 대출 이력 교차 검증 등 정교한 기준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하루 거주로 우회 가능하고 예외 판단을 은행에 떠넘기는 식으로는 투기 수요는 빠져나가고 실수요만 옥죄는 역설이 반복될 것이다. 금융위는 내년 1월 시행 전까지 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전세시장 왜곡을 막을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