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도지사 박완수)가 전국 최초 지방정부형 연금 제도인 ‘경남도민연금’ 시행을 앞두고 도·시군·금융기관 간 협력체계를 공식화했다. 도는 19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18개 시군, NH농협은행, BNK경남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2026년 1월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박완수 도지사와 도내 18개 시군 단체장, 금융기관장, 전문가, 도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각 기관은 △연금 운영 △홍보 △가입자 모집 △금융상품 개발 △전산 시스템 구축 등에서 역할을 나눠 ‘경남도민연금’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기로 했다. 도는 이번 협약을 통해 제도 시행 전부터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경남도민연금’은 금융기관의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활용해 은퇴 후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급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 공백기를 메우기 위한 제도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3세, 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로 늦춰져 근로자가 최대 5년 동안 소득 공백을 경험하는 구조라는 점에 착안했다. 박 지사는 “조기 퇴직 증가로 공적연금 수령 전까지 소득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며, 도민연금이 “금액은 크지 않더라도 노후 소득 공백을 메우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가입 대상은 만 40세 이상 55세 미만 경남도민 가운데 연소득 9,352만 4,227원 이하인 사람이다. 이 소득 기준은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120% 수준을 반영한 것으로, 중산층까지 포괄해 ‘경남에 살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는 도민 반응을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다. 도는 저소득·정보 취약계층이 뒤로 밀리지 않도록 소득 구간별로 모집 시기를 달리해 하위 소득층부터 순차 모집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지원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도민이 IRP 계좌에 연간 납입하는 금액을 기준으로 8만 원당 2만 원을 도와 시군이 함께 채워 준다. 연간 지원 한도는 24만 원이며, 최대 10년 동안 지원이 가능해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추가 적립금은 최대 240만 원이다. 예를 들어 50세 도민이 매달 8만 원씩 10년간 납입하면 본인 납입액은 960만 원, 도와 시군 지원금 240만 원을 더해 원금만 1,200만 원 수준이 된다. 여기에 연 2% 복리 수익을 가정하면 약 1,302만 원으로 불어나며, 이를 60세부터 5년간 나눠 수령할 경우 월 약 21만 7,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경남도는 2026년부터 매년 1만 명씩 신규 가입자를 모집해 10년간 누적 가입자 10만 명 수준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도가 본격 가동되면 정년 이후 국민연금 수급 전까지 5년간의 소득 공백기에 도민연금이 보조 소득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 특히 세액공제 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노후 자산 형성 효과는 예시 수익률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도는 강조한다.
재정 측면에서 도민연금은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됐다. 도는 2026년도 예산안을 총 14조 2,845억 원 규모로 편성하면서 ‘경남도민연금’ 사업에 도비 12억 원(신규)을 배정했다. 시군이 같은 규모를 맞춰 부담하는 구조여서, 사업 첫해에는 도비·시군비를 합쳐 총 24억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현재 예산 규모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첫해 도민연금 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0.02% 수준이다.

도는 가입자가 계획대로 늘어날 경우 10년차부터는 연간 필요 재원이 약 24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은 도비, 나머지 절반은 시군비로 충당하는 구조다. 같은 기준으로 보면 10년차 이후 도민연금 사업비는 현재 예산 규모 대비 약 0.17% 수준까지 확대되는 셈이다. 일부 기초지자체에서는 자체 재정 여건을 감안할 때 시군비 부담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도는 별도의 ‘도민연금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도는 올해 말까지 기금 조성 방안을 포함한 시스템 구축과 매뉴얼 개발, 운영 지침 마련을 마무리한 뒤 2026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금은 향후 금리·가입률 변화에 따라 재정 부담을 완충하는 장치가 될 수 있는 만큼, 운용 수익성과 안정성 간 균형 있는 설계가 관건으로 꼽힌다.
이날 협약식에서는 제도의 취지와 효과를 알리기 위한 대도민 정책 브리핑, 도민 응원 영상 상영, 미니 토크콘서트 등이 함께 열렸다. 토크콘서트에서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공백기 완화와 지역 노후 안전망 강화라는 정책적 의미를 짚었고, 백혜연 국립창원대 교수는 초기 가입률 제고와 안정적 운용을 위한 홍보 전략·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민 대표로 참석한 임경아 ‘줌마렐라’ 매니저는 “회원 설문에서 연금 필요성과 가입 의향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며 “간단한 가입 절차와 적극적인 홍보를 바라는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도입 취지에 공감하는 평가와 함께,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지역 예산 전문가들은 매년 1만 명씩 10년간 가입자를 채운다는 계획이 달성되지 않을 경우, 연금 기금 규모가 예상보다 작아져 노후 소득 보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본다. 또 도의회 일각에서는 도민이 ‘지자체가 지원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에 기대 수익률만 보고 위험도가 높은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원금 손실 가능성과 수익률 변동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완수 지사는 “경남이 처음 시작했지만 중앙정부와 타 시도에서도 유사 제도가 논의되고 있다”며 “도·시군·금융기관이 실행 단계에 들어선 만큼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시군 재정 여건이 쉽지 않지만 도민 복지 증진을 위한 중요한 사업인 만큼 각 시군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역할을 해 달라”고 강조했다. 도는 향후 기금 설계와 가입자 보호 장치 등을 보완해 도민연금이 지역형 노후소득 보장 모델로 자리 잡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