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성산구 재활용처리 종합단지는 하루 음식물류폐기물 200톤과 재활용선별 36톤을 처리하고, 88명의 운영인력이 투입되는 도시의 핵심 환경기초시설이다. 이번 민간위탁 용역은 2026년 4월 1일부터 2028년 9월 30일까지 30개월간 이어지는 218억5975만원 규모의 사업이며, 시 공고상 제안서 접수는 3월 16일, 평가 예정일은 3월 19일로 잡혀 있다. 그런데 KBS는 지난달 진행 중이던 입찰 절차가 돌연 중단됐다고 전했고, 반면 시의회 본회의에서 기후환경국장은 “공식적인 어떤 입찰 기간이나 절차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행정의 언어와 보도의 언어가 이렇게 어긋나는 순간, 문제는 이미 단순한 실무 혼선이 아니라 공정성을 설명하는 국가의 문장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다.

더 들여다보면 논란의 핵심은 소문이 아니라 문서다. 제안요청서에는 가격 20점, 정량 20점, 정성 60점 구조가 적혀 있고, 정량평가에서는 최근 10년 실적을 반영하며 공동도급일 때 대표사의 실적으로 평가하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또 산업재해율 1.5점을 별도로 두고, 정성평가서에는 시설 운영·정비·폐기물 처리·선별률·안전사고 예방·근로자 권익·지역사회 공헌 같은 항목이 폭넓게 배치돼 있어 평가위원의 판단 비중이 매우 크다. 

시의회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박해정 의원은 공동사 지분 평가에서 대표사 중심 평가로 바뀐 점, 전국적으로도 드문 방식을 일반론처럼 설명한 점, 정성 60점 구조에서 평가위원 풀이 사실상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점을 짚었고, 시는 이에 대해 실적 인정기간 확대와 지역업체 가점 삭제, 산업재해율 도입 등이 규정 개정과 안전관리 강화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준을 손보는 사유가 아무리 많아도, 그 손질의 방향이 일관성을 잃고 특정 결과를 떠올리게 하는 순간 제도는 개선이 아니라 의심의 설계도로 읽히기 시작한다.

사태를 더 무겁게 만드는 것은 규정의 해석을 넘어선 공직윤리의 균열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창원시는 직무와 관련 있는 업체 대표에게서 현금 5천만원을 빌리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무원을 지난 9일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은 물론 대가성 여부와 청탁금지법 위반 가능성까지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KBS는 같은 담당 과장이 낙찰 기준 8건을 변경했고, 지난 1월 시장 권한대행에게는 “변동 사항이 없다”고 허위 보고했으며, 3년 전 논란 때도 해당 입찰의 실무 계장이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규정에 맞춘 조정이었느냐”만 따질 수 없다. 직무 관련자와의 금전 거래, 핵심 기준의 변경, 상부에 대한 허위 보고가 한 화면에 포개지는 순간 시민은 개별 공무원의 실수보다 더 깊은 것, 곧 내부 통제와 검증 체계의 붕괴를 본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을 둘러싸고 정작 행정 내부의 오염부터 걷어내야 한다는 냉혹한 역설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참담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시의회 회의록에는 2023년 위탁업체 선정 과정에서 제안서 제출 하루 전에 공고문이 변경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특정 업체 특혜 논란이 불거졌고, 이번에도 평가제도와 평가위원 구성을 둘러싸고 다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는 지적이 또렷이 남아 있다. 실제로 시장 권한대행도 본회의에서 2023년 논란이 있었던 시설인 만큼 내부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고 오해받지 않게 하라”는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같은 사업이 다시 같은 종류의 의심을 부르고 있다면, 이는 몇몇 조항의 우연한 충돌이 아니라 학습하지 못한 행정의 구조적 실패에 가깝다. 더구나 시의회 누리집에는 이 입찰 과정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발의가 부결된 것으로 남아 있다. 반복된 의혹 앞에서 조사마저 문턱을 넘지 못한 의회와 행정의 결합은, 시민에게 “진실을 밝히는 제도”보다 “파문을 관리하는 절차”가 더 강하다는 서늘한 인상만 남길 뿐이다.

이제 창원시가 해야 할 일은 억울함을 토로하는 해명이 아니라 정당성을 다시 세우는 결단이다. 아직 제안서 접수와 평가 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시는 기준 변경 내역과 2023년 대비표, 보고 체계의 전 과정을 즉시 공개하고, 평가위원 풀 구성과 이해충돌 여부를 외부 검증에 맡겨야 한다. 필요하다면 현 절차를 멈추고서라도 공정성의 토대를 다시 깔아야 하며, 차기부터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이 이처럼 반복적으로 잡음을 낳는 이유를 제도 차원에서 근본 재검토해야 한다. 

행정은 법조문을 통과했다고 해서 신뢰까지 자동으로 부여받지 않는다. 시민의 세금과 도시의 생활폐기물을 다루는 계약에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장비는 선별기나 파쇄기가 아니라,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는 투명성이라는 사실을 창원시는 더 늦기 전에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