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26년 6월 3일 치러진다. 선거는 날짜만 정해진다고 준비가 끝나는 게 아니다. 유권자가 누구를, 어떤 구도에서, 어떤 규칙으로 뽑는지부터 명확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를 6개월도 남기지 않은 지금까지 선거구 기준과 제도 논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또다시 깜깜이 선거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시민사회는 선거일 180일 전을 선거구 획정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국회가 논의를 끌면서 이마저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중앙선관위가 안내한 일정을 보면, 선거일 180일 전부터 각종 행위 제한이 시작되는 등 선거관리 절차는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상태다. 정작 룰의 뼈대가 되는 선거구 문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뒤로 밀린다. 악순환이다.
이런 지연의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 유권자와 후보자에게 돌아간다.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으면 예비후보자는 준비에 나설 수 없고, 유권자는 자신의 표가 어디에 속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행정구역 개편이나 인구 변동이 큰 지역에서는 혼란이 더 크다.
문제는 단순히 행정이 늦었다는 게 아니다. 선거구는 표의 등가성과 대표성, 비례성의 출발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구획을 정하면 주민 생활권, 지역 공동체의 연속성, 이해관계의 균형 같은 원칙은 뒷전으로 밀린다. 타협의 산물이 아니라 정치공학의 산물이라는 의심이 남는 순간, 지방의회와 지방정치 전반에 대한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더 늦기 전에 국회는 선거구 기준과 정치개혁 과제를 유권자가 납득할 속도로 매듭지어야 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가 뒤늦게 가동되는 것 자체가 지각 출발이다. 지방선거는 중앙정치의 부속물이 아니라 주민 삶의 현장과 직결된 정치다. 그 룰을 막판 협상 카드로 다루는 관행은 지방자치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경남을 포함한 각 시·도와 지방의회도 국회가 정해야 한다는 말로 책임을 미뤄서는 안 된다. 선거구획정위원회 운영과 의견수렴 과정, 기준과 데이터, 쟁점과 대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시민이 체감하는 정치개혁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선거 직전까지 안갯속인 룰을 제때 확정하고 설명하는 기본에서 출발한다.
정치가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는 가장 쉬운 방식은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늦게 주는 것이다. 2026년 6월 3일은 이미 확정됐다. 이제 남은 것은 제때다. 선거구와 제도 개혁이 늦을수록 패배자는 특정 정당이 아니라 유권자의 신뢰와 지방자치의 정당성이다.
